'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10년을 살았다면 다른 개인에게 집을 팔 수 있도록 한 주택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문턱을 넘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는 빼고 건물만 분양받는 대신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어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 향후 시세차익을 통해 자산가치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면 더욱 인기를 끌 수도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등 11인이 지난해 제안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체계자구 심사 후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 소유권만 수분양자가 가지는 주택으로, 최장 80년 거주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하고 있다. 주택법에는 10년으로 정해진 전매제한 기간 이후 처분할 때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매각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LH·SH가 되사주고, 시세대로 팔 수도
현재 환매금액은 분양대금에 거주기간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더한 수준으로 정해져 있다. 가령 분양가가 3억원이고 평균 이자율이 3%라면 10년 뒤 4억317만원(연복리 적용)에 공공기관으로 매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주택법 개정안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매각 대상을 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전매제한 기간 10년이 지나면 개인 간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 더 큰 특징이다.
이렇게 되면 입주자는 LH 등 공공기관에 최초 분양가에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만큼 불린 가격으로 팔 수 있다. 또 민간에서는 시장가격에 따라 분양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도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공공에 재매각할 경우 원금을 보장받고, 시장에 팔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공급받은 자가 거주 이전을 하려는 경우 LH에만 공급가 수준으로 양도하도록 함에 따라 공급받으려는 수요가 부족했다"며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면 주거 상향을 위해 원하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국토위 박재유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은 공급받은 자의 재산권을 보호하면서도 단기적인 전매차익을 노리는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일정 기간에 전매제한을 설정하려는 취지라는 점에서 입법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월 70만원 토지임대료에도 인기…더 몰릴까?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건물만 소유한다. 그래서 매달 토지임대료를 내야 하는데도 두자릿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 흥행가도를 달려왔다. ▷관련기사: [집잇슈]청년 몰리는 '토지임대부주택' 계속 잘 나갈까?(10월23일)
마곡지구 10-2단지는 분양가 3억1119만원, 토지임대료 월 69만7600원이었으며 고덕강일3단지의 경우 분양가 3억5538만원, 토지임대료 40만1000원이었다. 2차 사전청약에서는 분양가와 토지임대료가 소폭 낮아졌다.
지난달 2일 SH 발표에 따르면 마곡지구 10-2단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사전예약은 260가구 모집에 1만8032명이 지원해 특별공급 경쟁률 53대 1, 일반공급 경쟁률 133대 1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청약저축 납입액은 평균 2497만원이었다.
앞서 6월 공급한 고덕강일 3단지의 2차 사전예약은 590가구 모집에 1만779명이 지원해 특별공급 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공급 경쟁률은 34대 1로, 당첨자들은 평균 1890만원을 청약저축에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매제한이 풀린 뒤 주택을 사는 사람 역시 토지임대료를 내야 하긴 하지만 시세차익이라는 장점으로 상쇄 가능하다고 봤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서울의 일반형 뉴:홈은 시세의 80%로 공급돼 10억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임대료를 고려해도 3억원대의 적은 금액으로 투자 가능하다"며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면 일반형만큼이나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토지사용료가 적은 것도 아니고, 건물은 돈 내고 분양 받은 건데 자유롭게 사고 팔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10년 후 개인 거래가 가능해지면 주변 시세나 월세를 고려해 유리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서민 주거안정의 목표에서는 빗나가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LH에 정해진 가격으로만 파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로 되팔 수 있다면 청약경쟁이 더 뜨거워질 수 있다"며 "다만 거래과정에서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어 서민 주택공급이라는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