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축매입임대를 둘러싼 고가 매입 논란, 품질 저하 우려, 재무 부담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LH는 내년까지 신축 매입임대 1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내 5만가구를 공급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까지 매입임대를 신청한 10만3000여가구가 있지만 매입약정 체결을 앞둔 물량은 2만4000여가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LH는 조직과 인력 보강을 확대해 인허가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 2.2만가구 목표 달성 후에도 계속 매입
이한준 LH 사장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에서 'LH 신축매입임대 가격체계 설명회'를 열고 "신축매입임대 물량 확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현안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LH 대응 방안을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현실적으로 모든 국민이 아파트에 거주할 순 없기 때문에 비아파트 공급이 중요한데 민간의 부진으로 공공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 보급과 전월세 시장 안정,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LH는 신축매입약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8·8대책을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 신축매입임대를 내년까지 11만가구 이상 집중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은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 매입과 공급을 약속했다.
LH 몫은 올해(5만가구)와 내년(5만가구)에 걸쳐 10만가구를 공급하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11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삼았다. 고병욱 LH 주거복지본부장은 "수도권에 전체 물량의 80%를, 그중 25%(전체 물량의 20%)를 서울에 배정한다"며 "서울은 배정 물량이 소화되고 추가로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계속 (매입약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축매입임대 계획 물량을 대폭 확대하자 'LH가 비싸게 사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져 있다. LH는 감정평가 방식을 원칙으로 하면서 수도권 100가구 이상 주택엔 '공사비 연동형'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평가 방식은 2개의 감정평가기관이 산정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매입 가격으로 결정한다. 매입심의 통과 후 설계 도면으로 1차 감평을, 준공 후 시공 품질을 반영해 2차 감평을 실시한다.
이때 감정평가협회는 매입임대 경험이 풍부하거나 협회가 주관하는 매입임대 전문교육을 이수한 평가사를 LH에 추천한다. 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약 1440곳 중 210곳(14.6%) 정도가 최근 5년간 매입임대 감정평가 수행 경험이 있는 감평법인이다.
LH는 올해부터는 수도권 100가구 이상 주택에 공사비 연동형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매입약정을 맺기 전 토지는 감정평가, 건물은 원가계산기관에서 공사비를 검증해 최초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다. 준공 후 설계변경 및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최종 매매 금액을 결정한다.
'업자 배불리기'로 임대주택 품질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LH는 품질관리체계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설계 때 표준평면과 인테리어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100가구 이상은 민간 건설관리(CM) 업체를 통해 격월로 품질 점검을 한다. 100가구 미만은 외부 전문가와 협업해 5단계로 점검, 품질검사를 통과해야 공사 잔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매입할수록 LH 1억원 손해…"정부지원 현실화 시급"
LH는 수도권 매입 물량 집중 확보를 위해 신축매입임대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주거복지본부장 아래 수도권매입확대전략TFT(태스크포스팀)를 신설하고 수도권 본부에 매입약정지원팀과 조기착공TFT를 뒀다.
기존 4팀 87명에서 9팀 200명으로 인력을 보강한 만큼 업무 소요 기간이 최대 9개월 단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채용한 370명도 연수가 끝나는 대로 품질관리 업무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목표 달성까지는 역부족이다. 고영욱 본부장은 "지난달 말까지 매입임대 신청 건수는 10만3000가구 규모인데 현재 진행 중인 게 6만5000가구 수준"이라며 "서류를 통과해 매입심의 대기 중인 게 3만1000가구, 매입약정 체결을 기다리는 게 2만4000가구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 건수가 예년 대비 4배 이상이긴 하지만 올해 목표치 5만가구는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9월부터 본격적으로 약정을 체결하며 목표 달성에 애를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한준 사장은 "접수가 본격화한 건 6월부터여서 올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 5만가구 달성 여부는 미지수로 남았다"라면서도 "내년까지 11만가구 공급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LH 재무 부담 문제도 걸림돌이다. 신축매입임대 업무를 짊어진 LH의 부채비율은 현재 218% 수준에서 2028년 238%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장은 "LH는 3기 신도시와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사채를 더 끌어와 보상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채비율 목표를 기존 208%에서 233%로 변경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LH는 신축매입임대 지원단가 현실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정부지원단가는 평균 1억6000만원으로 LH 실매입단가(2억5000만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LH 실매입단가 대비 정부지원단가 비율을 지난해 65%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상향해 2029년 95%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분양 전환형 매입임대를 공급하는 방법도 재무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LH는 전국 든든전세주택과 수도권 소재 신혼1·신혼2 매입임대주택 5만가구를 6~8년 후 임차인에게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 가격은 입주 시와 분양 시 감정가격을 산술평균한 값이다.
고영욱 본부장은 "입주자 상당수가 분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이 유입되면 LH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고 본다면 6년 뒤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받을 거라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