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놓고 건설업계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수주 경쟁이 뜨겁다. 17년 만에 수위권 두 건설사가 맞붙은 데다 서울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3구역' 수주 전초전으로 여겨져서다. 상호 비방까지 불사하는 경쟁이 시공사 결정일(18일) 하루 전까지도 치열하다.
그 바람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도 때아닌 불똥이 튀었다. 조합원 표심에 영향을 미칠 사업비 조달 조건에서 우위를 내보이려 HUG 보증과 관련해 근거 없는 부정적 내용을 양사가 쏟아내고 있어서다. '건설사 싸움에 HUG 등이 터진다'는 말이 나온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수주 시 전체사업비 조달을 자체 역량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의 높은 신용등급(AA+)을 바탕으로 HUG 보증 없이 사업비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조합원들에게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건설이 바로 옆 한남3구역 시공권 확보 과정에서 'HUG 보증 불필요'를 내세우고도 실제로는 HUG로부터 보증을 받아 조합이 보증수수료 부담을 떠안았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사업제안서에서 자체 조달의 효과로 약 256억원(필수사업비 1조원, 보증요율 1등급 0.427%, 사업기간 6년 가정) 규모의 HUG 보증수수료 등 금융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HUG 대출 보증 시 사업 지연 등 여러 우려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HUG 대출보증 시 △일반분양가 통제 △추가이주비 대출 불가 △ 사업비 대출 한도 있음 △사업비 사용시 HUG 승인 필요 △대출보증 수수료 발생 △사업비 항목 전용 불가 등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한편 사업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HUG 보증을 받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HUG 측에서는 그동안 사업 지원을 받아온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태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HUG 관계자는 "HUG 보증을 받는다고 HUG가 분양가를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한남4구역이 있는 용산구는 현재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으로 용산구가 분양가를 결정한다. HUG와 분양가 통제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추가이주비 대출 불가' 지적 사항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이주비 대출한도 역시 HUG 보증 여부와 상관이 없다"면서 "HUG 이주비 보증부 대출이 별도로 있어 종전 자산의 70%까지 대출할 수 있고, 시공자가 신용공여시 추가 대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HUG로 인해 사업지연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보증리스크 관리를 위해 자금관리를 하고 있으나 이는 원활한 사업관리와 사업비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대출이 나갈 때 어느 부분에 사용되는지 등을 확인하는 정도지 HUG가 사업비 사용을 통제하거나 막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비 전용 사유가 발생하면 당연히 전용도 가능하다. 사업비 항목 전용이 불가하다는 지적도 사실무근"이라며 "HUG의 보증 시 보증수수료가 나가는 것은 맞지만 공공기관의 신용보강이 더해지는 만큼 금융사에서 사업비 대출 시 이자 등 금융비용을 낮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도 HUG 보증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가 HUG 보증을 받아 더 안 좋다는 말이 퍼져있는데 HUG 보증을 받지 않고 사업비 전액을 자체 책임조달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기업신용등급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오랜 기간 주택정비사업에서 경험과 신용을 쌓아온 만큼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이 같은 설명 역시 HUG 보증을 받는 게 조합원들에게 부정적이라는 전제를 담은 것이다. 업계 1·2위의 무리한 수주 경쟁이 HUG가 맞은 유탄뿐 아니라 차후 진행될 정비사업에서 각종 부작용을 낳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양사 내부에서 말이 나올 정도로 무리한 조건들을 내걸고 있다"면서 "이후 다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올 수 있는데 이는 양사뿐 아니라 타 건설사를 비롯해 정비사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