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안준형 기자] 3%. 이충수 하이트진로 중국 법인장이 꿈꾸는 중국 시장 점유율이다. 소박한 꿈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계 최대 주류 소비국에서 3%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중국의 연간 주류 시장 규모는 90조~110조원. 중국 주류시장에서 3%는 대략 3조원을 의미한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국내 매출(1조8975억원)보다 많다.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이 법인장은 “중국 내 점유율 3%는 개인적인 꿈이자 소망이다”고 말했다. [그래픽] 90조 중국 술 시장을 잡아라
중국인 부부가 상하이 지우광(久光 ) 백화점내 마트에서 '뉴 하이트'와 '참이슬'을 카트에 담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 |
이날 찾은 상하이의 한 대형마트는 이 법인장 말대로 '세계 맥주의 격전지'였다. 백여 종의 세계 맥주들이 마트 진열대를 가득 채웠다. 이날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맥주는 하이트진로의 ‘뉴 하이트’였다. 이달부터 상하이에 깔리기 시작한 ‘뉴 하이트’는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정가보다 0.5위안 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하이트 병맥주는 마트내 수입맥주 중 판매 3위까지 치고 올랐다. 마트에서 만난 차오삐시엔 씨는 “하이트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맛이 새롭다”고 말했다.
중국은 주류에 대한 관세가 없어 국내보다 술 가격이 싼 편이다. 현지에선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500㎖, 7.8위안)가 맥주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뉴 하이트’(500㎖)의 가격은 7위안, 하이트(355㎖)는 6.2위안 정도다. 2~3위안에 팔리는 중국산 맥주보다는 비싸고, 하이네켄(355㎖, 10위안) 보단 싼 가격대다. 가격 대가 비슷한 버드와이저, 아사히 등 중저가대 맥주가 중국 내 경쟁자다.
하지만 쟁쟁한 경쟁자와의 싸움에서 살아남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에 1억484만위안(186억원)을 수출했다. 중국 내에서 시장 점유율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걸음마 단계다. 1994년 중국에 처음으로 소주를 수출한 이후 20년이 지났다. 이 법인장은 “중국은 정말 어렵다”며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1992년 이후 22년간 중국에서 영업해온 그에게도 중국은 여전히 `아리송한` 시장이다.
국내 수많은 유통, 식음료 업체들이 원대한 꿈을 안고 왔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오리온, 농심, 이랜드 정도가 중국에서 성공한 국내 식음료 업체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교묘히 섞여 있는 중국 시장은 이전엔 경험하지 못한, 몇 년을 경험해도 이해하기 힘든 낯선 곳이었다.
그런데 중국을 포기하면, 국내 기업의 성장판은 닫힌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국내 주류 업계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성장은 멈췄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 맥주의 안방 시장 공략은 거세지고, 롯데가 올해 맥주 시장에 뛰어들면서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 양강 체제는 흔들리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하이 대학가 주변에 위치한 프렌차이즈 업체 '오빠치킨'에서 대학생들이 치킨과 맥주를 먹고 있다. 양수위(화동대학 학생) 씨는 "예전엔 치킨에 맥주를 같이 먹지는 않았지만,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난 뒤부터 치맥을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중국 진출 20년만에 하이트진로도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07년 중국 법인을 세운 뒤, 중국 전역에서 45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내 종합 주류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인프라를 깐 것이다. 2010년엔 3년만에 흑자전환했고, 지난해 실적은 최대였다. 세계 맥주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글로컬’(Global·Local 합성어)이다. 하이트와 참이슬의 경쟁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국 입맛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펼치겠다는 계산이다.
중국인들은 백주(白酒)는 알콜 도수가 강한 것을, 맥주는 약한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하이트진로는 정반대다. 참이슬은 백주에 비해 알콜도수가 낮고, 하이트는 중국맥주에 비해 높다. 이 법인장은 “백주가 못하는 것을 소주가 할 수 있다”며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작년엔 명품진로를 올해는 일품진로를 중국에 새롭게 선보였다. 맥주의 경우, 뉴 하이트(도수 4.3%)와 함께 국내엔 없는 저도 맥주인 ‘골드 프라임’(2.8%), ‘아이비 라이트’(2.8%) 등을 중국에 출시한 상태다.
중국 점유율 3% 꿈을 이루기 위한 일차 목표는 2017년 매출 1000억원 달성이다. 중국 현지 공장 건설도 구상하고 있다. 이 법인장은 “2017년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며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하이트진로를 100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