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지난 2007년 모스크바에 오픈한 롯데프라자. 당시 롯데는 러시아에 백화점, 호텔, 면세점 등의 문을 열고,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의 법인을 세웠다. 2008년 롯데그룹은 러시아 법인의 지주회사격인 롯데유럽홀딩스를 설립해, 러시아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
러시아에서 불어 닥친 한파에 롯데그룹이 얼어붙었다. 한파의 진원지는 롯데 러시아법인 롯데유럽홀딩스(Lotte Europe Holdings)다. 롯데유럽홀딩스는 작년 한해 2700억원이 넘는 총포괄손실을 냈다. 그 여파로 롯데유럽홀딩스의 주주인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롯데 계열사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유럽홀딩스는 지난해 2712억원의 총포괄손실을 냈다. 2013년 총포괄손실 662억원보다 손실폭이 대폭 커졌다.
롯데유럽홀딩스는 러시아에서 백화점과 호텔, 제과업 등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다. 본사는 네덜란드에 두고 있으며, 지난 2008년 설립됐다. 당시 롯데 글로벌 전략의 전초 기지 역할을 맡았지만, 실적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유럽홀딩스는 지난해 5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2012년에는 3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매출도 1506억원(2012년), 1457(2013년), 1361억원(2014년) 등 매년 감소 추세다. 장사가 잘 되지 않지만, 수천억대의 손실을 낼 정도는 아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대규모 손실의 원인은 롯데유럽홀딩스의 달러 부채 환손실로 추정된다. 2712억원의 총포괄손실이 대부분이 외화환산손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달러 부채에서 거액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현재 롯데유럽홀딩스가 갚아야 할 외화차입금은 4억6000만달러(5200억원)로 알려졌다. 환율 변동에 따른 헤지(hedge)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아예 환헤지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순자산(자본)도 급감했다. 롯데유럽홀딩스의 지난해 순자산은 315억원.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을 말한다. 지난 2013년 롯데유럽홀딩스 자산은 8846억원 부채는 5788억원으로, 순자산이 3058억원에 이르렀다. 외화환산손실 여파로 일년 만에 2743억원의 순자산이 사라진 셈이다.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불똥은 롯데유럽홀딩스 지분을 가진 롯데 계열사에 튀었다. 현재 롯데유럽홀딩스의 주주는 롯데쇼핑(30.97%), 롯데제과(25.90%), 호텔롯데(22.22%), 롯데칠성음료(6.81%), 롯데리아(3.12%) 등이다. 이들 계열사는 롯데유럽홀딩스 탓에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다.
롯데쇼핑의 손실이 가장 컸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롯데유럽홀딩스 관련 819억원의 지분법 손실을 봤다. 롯데제과의 롯데유럽홀딩스 지분법 손실은 690억원이었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유럽홀딩스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지분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유럽홀딩스의 장부가는 2013년 941억원에서 지난해 11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롯데제과의 롯데유럽홀딩스 장부가는 81억원으로, 2013년보다 718억원 급감했다. 호텔롯데도 수백억원대의 지분법 손실이 발생, 장부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롯데유럽홀딩스에 대해 213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유럽홀딩스를 관계기업이 아닌, ‘시장성 없는 지분증권’으로 분류했다. 보유 지분이 20% 이하이기 때문이다. 지분증권은 지분법이 아닌 시장가치로 평가하는데, 손상차손이 발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롯데유럽홀딩스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은 `밑 빠진 독`에 `물`을 계속 붓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은 지난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롯데유럽홀딩스 증자에 참여하고 있다. 수백억원대의 현금이 증자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