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은 지난 20일 진천 육가공공장에서 ‘이노베이션(Innovation) 세미나’를 열고 “국내 육가공 시장이 도시락 반찬과 무첨가 시대를 지나 ‘3.0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전망했다. 곽정우 CJ제일제당 신선마케팅담당 상무는 “‘3.0 시대’는 캠핑, 브런치 등 새롭게 등장하는 식문화와 함께 햄·소시지를 즐기는 문화”라고 설명했다.
과거 햄·소시지는 '국민 도시락 반찬'으로 대접받았다. 60~70년대 진주햄이 어육(생선살) 소시지로 시장을 열었다. 연육 35%와 돈지방 25%, 전분 40%가 함유된 일명 ‘분홍 소시지’는 단골 도시락 반찬이었다. 돈육햄은 평소에 먹기 힘든 고급 식품에 가까웠다.
1980년 CJ와 롯데가 돈육 시장에 뛰어들면서 돈육햄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돈육햄은 고급 식품 이미지를 벗고 국민 반찬이 됐다. 1981년 4587톤에 머물던 국내 육가공품 판매량은 1990년 9만6080톤으로 성장했다. 10년 만에 20배 증가한 것이다.
위기도 있었다. 90년대까지 두 자리대로 성장하던 육가공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인공적으로 고기의 붉은 색을 내는 합성아질산나트륨 등의 첨가물 안전성 논란이 환경단체를 중심을 제기되면서다. 2005년 육가공 시장은 처음으로 역신장했다.
여기에 중·고등학교에 급식 문화가 확산되면서 또 다른 고비가 찾아왔다. 가정에서 더 이상 도시락을 쌀 필요가 없어지면서 햄·소시지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곽정우 상무는 “급식이 시작되면서 육가공 업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진천 육가공공장에서 비엔나 소시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 = CJ제일제당) |
업계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CJ제일제당은 2010년 무첨가 브랜드 ‘더 건강한 햄’을 내놨다. 합성보존료와 합성착향료, 전분, 합성산화방지제를 뺐다. 합성아질산나트륨은 샐러리 추출물로 대체했다. 개발에만 5년이 걸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국내 육가공 시장 규모는 2011년 1조1701억원에서 2012년 1조2375억원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 ‘더 건강한 햄’은 출시 일 년 만에 매출 4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868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매출 1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1위 롯데햄까지 제쳤다. 2013년 롯데햄과 청정원, 동원 등이 잇따라 무첨가 제품을 출시하면 CJ를 뒤따라왔다.
도시락 반찬의 빈자리는 또 다른 식문화가 열리면서 채워지고 있다. 캠핑 문화가 확산되면서 그릴에서 구워 먹는 소시지가 인기다. 삼겹살을 대신할 수 있는 두툼한 베이컨과 2배 큰 비엔나·후랑크 제품이 출시됐다. 그릴용 후랑크 시장은 2012년 308억원에서 지난해 942억원까지 증가했다.
아울러 브런치 문화가 도입되면서, 샌드위치나 샐러드에 들어가는 얇게 썬 햄 수요가 늘고 있다. 수입맥주와 함께 후랑크 소시지를 찾는 이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하면서, 굵은 ‘독일식 소시지’도 인기다.
선두업체인 CJ제일제당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브런치에 활용할 수 있는 ‘더 건강한 브런치 슬라이스’를 최근 선보였고, 올해 7월에는 수제맥주와 어울리는 ‘더 건강한 천연장후랑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곽정우 상무는 “새로운 식문화가 열리면서 국내 육가공 시장은 올해 1조3052억원, 2017년 1조4453억원, 2020년 1조7090억원을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