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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1Q]①`영업에서 품질로` 제약업계 환골탈태 中

  • 2015.05.23(토) 12:14

리베이트 규제..복제약 장사 어려워져
업계 "신약·수출로 타개"..실적에도 반영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소굴'이라든가 '검은 돈'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약사들이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제한된 시장에서 성능이 비슷한 제품을 영업력에 의존해 팔다보니 붙은 오명이다.

 

지난 2009년부터는 이러한 영업 관행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제약업체의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겠다고 알리며 규제와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면서부터다.

 

새로운 흐름은 크게 두가지. 눈을 해외로 돌려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거나 제품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올해 실적발표를 보면 이러한 변화들은 점차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리베이트로 먹고 살았다"

 

제약업계 리베이트 관행은 크고 작은 업체들이 너도 나도 제네릭(복제약) 판매에 뛰어들다보니 벌어졌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0년 정도에 걸친 오랜 개발기간과 막대한 연구비가 든다"며 "국내 제약업체들은 신약을 복제해서 파는, 다소 편한 길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가는 컸다. 의사와 약사를 상대로 한 영업력이 중요하게 떠오른 것. 똑같은 약을 포장만 바꿔 팔다시피 하니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에게 '환심'을 살 필요성이 커졌다. 의사들에게 약값의 20~50%를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각종 향응을 제공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은 이유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의사들 접대비로 일인당 40만원에서 100만원 쓰는 건 보통"이라며 "영업사원들은 의사가 새벽 6시까지 공항으로 데리러 오라고 하면 마중 나가기도 하고 학회에서 발표할 때 쓰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대신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리베이트..국물도 없다"

 

정부는 리베이트 위주의 영업관행에서 벗어나 연구개발 중심의 사업구조로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정부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최고 20% 인하하는 '리베이트 약가연동제'를 실시했다. 2010년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의 처벌을 강화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도입해 규제를 한 층 강화했다. 5년 이내에 리베이트가 두 번 적발되면 요양급여에서 제외토록 했다. 제약업체 입장에서는 리베이트가 적발될 경우 '돈 줄'이 막히게 됐다.

 

업계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가 지나치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건설이나 유통 쪽에서도 리베이트는 어느 정도 통용되는 게 현실이지만 지역의 동네 병원 의사들에게 뒷 돈의 형태로나마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마저 '검은 돈'으로 치부돼 처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속도나 정도의 차이가 다소 있을수 있지만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는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이는 대형 제약사보다는 제네릭에 크게 의존하는 중소 제약업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저하로 합병을 해야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중소형사가 속출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신약개발 가속도 붙나"

 

이에 따라 일부 제약사들은 '제네릭 전문 판매'에서 벗어나 신약개발과 해외 수출에서 살 길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제네릭에서 신약 개발로 '진화'한 사례로 거론된다. 한미약품은 과거 제네릭을 판매해 번 돈을 개량신약 개발에 투자해 주력사업으로 바꿨다. 약을 복제하는 데서 개량하는 것으로 나아간 것이다. 현재 한미약품은 바이오신약, 표적항암제 등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매출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 보령제약의 ‘카나브’, 일양의 ‘놀텍’ 등을 제외하면 매출은 대부분 수십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향후 국내 제약업체들의 신약개발이 '르네상스'를 맞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SK증권 하태기 연구원은 "국내 신약개발 역사가 25년 이상 되면서 해외 임상 2~3 상에 진입한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며 "신약개발 가능성이 높은 제약사는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녹십자, 종근당, LG 생명과학, JW중외제약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로메드, 신라젠, 코오롱생명과학, 지트리비앤티, 메지온 등은 올해 세계 제약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을 승인받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수출에서 살 길 찾는다"

 

국내 의약품 수출액 추이.  ※단위: 억원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약 업체들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커지면서 국산 의약품의 수출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0년 1조7800억원의 수출액은 지난해 2조54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1분기 의약품 수출액은 5억6996만 달러(6200억 원)다. 주요 수출국은 헝가리, 일본, 터키, 크로아티아, 베트남 등이다.

 

올해 의약품 수출은 20억8597만 달러(2조2700억 원) 규모로 지난해에 비해 2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약 상위 7대 업체인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종근당, LG생명과학 등의 올해 수출액 합계는 8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13% 증가한 수치다.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R&D 투자가 신약 성과와 수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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