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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M&A]①일동제약 놓친 녹십자 `대안`은 뭘까?

  • 2015.06.06(토) 10:12

녹십자의 M&A..제약업계 튀는 행보
사업 다각화..'종합건강관리회사' 목표
기업 인수 시너지 없어도..`남는 장사`

 
 

국내 제약업계에서 인수합병(M&A)은 다소 먼 얘기로 받아들여졌다. 대부분 다국적 제약사들이 만든 신약을 복제해 국내에 판매하는 '제네릭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다. 사업 영역이 비슷비슷하다보니 '새로운 피' 수혈이 절실하지 않았다. 지난 2000년부터 국내 크고 작은 업체들의 M&A는 30여건에 불과하다.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록된 의약품 제조업체수는 666개다. 유가증권 시장(KOSPI, KOSDAQ, KONEX)에 상장된 제약기업은 80개에 불과하다. M&A가 활발하지 않다보니 규모가 영세한 제약업체들이 난립하고 상위 제약사들 역시 글로벌 제약사와 겨룰 정도의 '덩치'가 안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나마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업체가 녹십자다. 녹십자는 다른 제약업체의 주식을 사들여 수익을 얻고 더 나아가 적대적 인수합병도 추진해 왔다. 녹십자는 인수합병에서 시너지가 나지 않을 경우 사 들인 회사를 도로 팔아 이익을 보기도 했다. 

 

◇기업인수로 사업 역량 '수혈'

 

녹십자는 기업 인수를 통해 자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역량을 빠르게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해 오고 있다. 녹십자가 제약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이다.

 

2001년 녹십자는 법정관리 중인 상아제약을 인수하면서 대형 제약업체로 성장할 발판을 만들었다.

 

2012년 150억 원에 인수한 항암제 세포치료기업 이노셀은 현재 '녹십자셀'로 이름을 바꿔 안착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녹십자셀은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에 비해 261% 증가하며 흑자전환했다"며 "특히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 처방건수가 전년대비 약 4배나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

 

녹십자가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종합건강 관리회사'로 변신하기 위한 인프라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녹십자 관계자는 "녹십자가 추구하는 가치는 헬스케어 전반을 아우르는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인수한 회사는 구조를 재편해 매출을 올리는 데 일조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십자는 창립초부터 사업분야를 공격적으로 확장한 결과 현재 진단시약 제조, 인삼발효물 제조, 의약품 제조·판매, 유전자 분석, 혈액 진단업, 건설업, 축산업 등에 진출해 있다.

 

◇시너지 없어도..수익은 '쏠쏠'

 

인수한 기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엔 팔아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녹십자는 2003년 '비타민C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의 지분율을 70%까지 확대해 경영권을 가져왔다.

 

녹십자는 경남제약 인수의 시너지가 나지 않자 이를 단순 재무투자로 전환했다. 경남제약의 매출이 적자로 돌아서고 녹십자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될 위기가 닥치면서다. 2007년 녹십자는 경남제약을 HS바이오팜(현재 경남제약)에 판다. 경남제약을 통해 녹십자가 남긴 돈은 35억 원이다.

 

2003년 녹십자홀딩스가 인수한 생명보험회사 대신생명(현재 녹십자생명)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녹십자는 녹십자생명으로 회사를 운영하다가 2013년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했다. 녹십자가 얻은 차익은 약 680억 원이다.

 

◇'일동' 쥐었다 폈다.."660억 벌어"

 

녹십자가 최근 보유하고 있던 일동제약 주식 전량을 처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녹십자는 지난 3년에 걸쳐 일동제약의 지분 29.36%를 확보해 인수합병을 예고했다.

 

녹십자 매출 중 상당 부분은 혈액제제·백신제제가 차지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아로나민’ 등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이 매출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양사 간의 합의가 전무했다는 것. 일동제약이 녹십자의 '적대적 M&A'의 타깃이 될 거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일동제약의 반발은 거세졌다. 결국 지난달 29일 녹십자는 가지고 있던 일동제약 주식 735만9773주 전량을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에게 매도했다. 녹십자는 대신 일동제약의 주가 상승으로 661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서로 협력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인수합병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분위기가 극단으로 치닫다 보니 녹십자에서도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하자는 뜻으로 보인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녹십자의 이번 투자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녹십자는 백신 수출 증가, 북미지역에서 혈액제제 제품 출시 등을 당면 과제로 삼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 주요 기업인수 사례


1988년 녹우제약 인수
2000년 녹우제약 지분 매각
2001년 상아제약 인수
2003년 경남제약, 대신생명 인수
2007년 경남제약 매각
2012년 이노셀 인수
2013년 녹십자생명(구 대신생명)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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