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긴급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앞줄 가운데)가 "신동빈 롯데 회장에 지지 표명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
아버지(신격호)를 등에 업은 장남(신동주)이냐, 아버지를 등진 차남(신동빈)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 롯데그룹 사장단은 신동빈 롯데 회장을 택했다. 롯데그룹 창립자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해선 존경과 경의만 표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계열사 사장단을 우군으로 확보한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일가친척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됐다.
4일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총 80개 계열사 가운데 노병용(롯데물산), 이재혁(롯데칠성음료), 송용덕(롯데호텔), 이원준(롯데백화점) 등 37명 대표이사가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3일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면담이 이뤄진지 하루만에 사장단이 집결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사장단 회의는 11시45분이 돼서야 끝났다. 1시간45분간 그룹 계열사 대표들은 최근 일어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대해 토론한 뒤 성명서를 발표했다. 37명 사장단을 대표해 노병용 대표가 마이크 앞에 섰다. 노 대표 뒤에 선 사장단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노 대표가 읽어 내려가는 성명서를 듣고 있었다.
노 대표가 밝힌 성명은 크게 4가지다. ▲롯데그룹은 특정 개인이나 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신격호 회장께 경의를 표하고, 사장단의 존경심은 변함이 없다 ▲롯데그룹을 이끌어 갈 리더로서 신동빈 회장을 적임자임에 의견을 함께하고, 지지를 표명한다 등이다.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왕자의 난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은 극한 내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여전히 롯데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지위를 갖고 있는데다, 롯데그룹 일가가 신격호 회장이 지목한 후계자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그의 동생 신선호 산사스 사장은 직접적으로 “롯데 후계자는 신동주”라고 밝혔고,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과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도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사장단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한 오너가에 반기를 든 셈이다.
성명서 발표 직후 노 대표는 ‘신동주가 새로운 체제의 주인이 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게 적당한 질문이 아닌 것 같다”고 답을 피했다. 그는 또 ‘신격호가 신동주를 지지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아직 확인된 바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선을 그었다. 신격호 회장이 최근 영상과 문서를 통해 “롯데그룹 후계자는 신동빈이 아닌, 신동주다”라고 밝힌 것을, 온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