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숫자를 미리 정해놓고 꿰어 맞춘 느낌이다" (지난해 신규면세점 특허를 획득한 업체 관계자)
정부가 29일 서울지역에 신규면세점 4곳을 추가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면세점 허용근거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예측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관세청 고시는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한 곳에 신규면세점을 허용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을 적용하면 서울지역에 4곳의 면세점을 추가로 내주는게 어려워진다.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076만명(추정)으로 전년도에 비해 66만명 줄었다.
정확한 수치는 내달 중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하는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물론 전년도 수치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 직전년도 수치(2014년 157만명 증가)를 근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관세청은 지난해 이미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이유로 서울지역에 시내면세점 3곳을 추가 허용한 바 있어 지금은 직전년도 수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관세청은 과거 수치가 아닌 앞으로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인수를 면세점 추가 허용근거로 내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인원이 들어온다면 면세점이 몇개나 있어야 할지를 따졌다는 얘기다. 그 결과 나온 면세점 개수가 13.9개다. 현재 서울에는 9곳의 면세점이 있으니 4~5개의 면세점을 더 허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목표를 얼마로 잡느냐에 따라 면세점 개수가 달라지는 '고무줄 기준'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적정 외국인 구매고객수가 얼마나 되느냐도 논란거리로 남는다. 관세청은 서울에서 면세점 쇼핑을 하는 외국인이 내년 69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적정 구매고객수로 나눠 서울지역에 필요한 면세점 개수(13.9개)를 뽑아냈다.
관세청이 기준으로 삼은 적정 구매고객수는 매장당 50만명이다. 면세점들이 외국인 개개인을 상대로 최고의 객단가(1인당 매출액)를 올린 시기를 보니 2012년이었고, 그 때 매장당 고객수가 50만명이었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면세점들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2015년을 기준으로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관세청이 추정한 지난해 서울지역 면세점의 외국인 구매고객수는 매장당 93만명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지역 적정 면세점수는 8개를 넘지 않는다. 현재 9곳의 면세점이 영업하는 서울의 경우 면세점이 과포화 상태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이다.
미래의 추정치에 과거의 수치를 대입하는 복잡하고도 이상한 산식은 면세점의 적정면적을 구할 때도 등장한다. 관세청은 서울지역 시내면세점의 총 적정면적을 9만3145㎡로 추산했다. 현재 면적(7만120㎡)보다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니 면세점을 추가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이다. 관세청은 "3개 이상의 추가 특허를 발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적정면적을 산출한 방식이 묘했다. 관세청은 적정면적을 구하려고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면세점의 단위면적당 매출액을 계산했다. 그런데 단위면적당 매출액이 가장 컸던 2014년을 제쳐두고 굳이 2012년을 기준으로 삼아 적정면적을 구했다. 만약 2014년을 기준으로 적정면적을 구했다면 서울지역에 필요한 면세점 개수는 7.7개라는 답이 나온다. 이 경우 서울은 면세점을 늘리기는 커녕 줄여야 하는 지역이 된다.
면세점 업계에선 1년만에 같은 지역에 신규특허를 4개씩이나 추가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엿장수 마음대로 식의 기준으로 면세점 사업자를 늘리면 정부를 믿고 뛰어든 기존 업체들은 뭐가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