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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주권 찾자]⑤'폭스바겐의 호갱' 누구탓?

  • 2016.08.01(월) 15:49

불매운동은 커녕 세일판매에 현혹
韓정부·소비자 만만하게 본 빌미 제공

▲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검찰 수사에 이은 환경부의 행정조치로 판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 지난달 폭스바겐사의 골프차량 소유주가 자신의 차 옆에 서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폭스바겐 사태는 '법대로 하자'던 외국계 기업의 안이함과 배짱이 근본 문제였지만, 소비자들의 침묵과 동조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작년 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진 이후 폭스바겐 차량의 국내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진 이후인 작년 11월 폭스바겐은 국내 시장에서 총 4517대를 판매했다. 전월대비 377%나 증가한 수치다.

 

폭스바겐이 판매 급감을 우려해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나선 것이 소비자들을 쉽게 현혹시켰다. 당시 폭스바겐은 최대 1000만원 가량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국내 디젤차량의 매연이나 소음이 더 심한데…' 하면서 기회는 이때다 생각했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본 폭스바겐 입장에선 한국 시장을 더 함부로 보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평가한다.

 

즉 소비자주권은 소비자의 소비행위로 일종의 경제투표를 해 시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결정한다는 논리이지만, 소비자의 소비행위가 오히려 악행에 동조표를 준 셈이 됐다.

 

◇ 韓정부·소비자 만만하게 봐

 

한국 소비행위를 등에 업고 '배째라'식으로 나오던 폭스바겐이 태도를 달리하게 된 시점은 과징금 폭탄을 앞두고서다.

 

검찰 조사에서 폭스바겐은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차종의 대부분을 조작된 서류에 의해 인증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업체는 차를 제작한 후 시판전 배출가스를 규정 이내 범위에서 배출하는지를 환경부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인증 받는다. 폭스바겐은 이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했다. 배출가스가 기준치를 초과함에도 불구하고 서류를 조작해 인증을 통과한 후 차량을 판매한 것이다.

 

이후 환경부가 검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인증 취소 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하려 하자 그제서야 자발적 판매중단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정부로부터 재인증을 받기 전까지 2007년 이후 국내에서 판매된 경유차 18종, 휘발유차 14종으로 총 32개 차종 79개 모델의 판매나 신차등록이 중단된 상태다.

 

특히 폭스바겐은 환경부의 인증 취소 방침이 내부적으로 정해지고 마지막 소명기회를 받은 자리에서도 '79개 모델에 대한 판매중지와 인증처분은 억울하다' '현재 운행중인 차량의 안전이나 성능과 무관한 사항으로 행정처분을 재고해 달라'로 말했을 정도로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들 입장반영이 이뤄지지 않고, 자칫하다간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으로 과징금 폭탄까지 내려질 것이 우려되자 그제서야 한발 물러섰다.

 

◇ 불매운동은 커녕 호갱돼

 

폭스바겐에 대해 소비자주권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결과는 어떨까. 폭스바겐의 부정행위는 소비자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우선 79개 모델에 대한 판매중단이 이뤄지면서 A/S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폭스바겐은 한국내 30개(2015년말 기준)의 A/S센터를 운영중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8개 A/S센터를 추가 오픈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추가 A/S센터 개설은 커녕 기존 센터 폐쇄까지 고민할 상황에 몰렸다. 신차 판매가 중단되니 A/S센터 운영 요인이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부품 공급까지 줄어들 경우 A/S를 맡겨도 수리기한이 길어지거나 수리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중고차 가격하락도 우려된다. 당장 폭스바겐 차량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중고시장에 차를 내놔도 팔리지 않고, 팔린다 해도 가격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 작년말 대대적으로 세일한다고 해 구입했던 폭스바겐 소유주들은 호갱이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선 배출가스가 조작된 폭스바겐 차주들에게 최대 1140만원의 현금을 주고, 폭스바겐에 차량을 되팔거나 소유 차량을 수리받을 수 있도록 했다"면서 "국내에서도 폭스바겐이 비슷한 피해조치를 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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