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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주권 찾자]⑥사과의 기술 '극명한 효과 일으켜'

  • 2016.08.02(화) 10:36

코웨이·옥시 등 어설픈 변명에 여론 싸늘


코웨이 정수기에서 니켈 가루가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7일 서울의 한 코웨이 렌탈대리점에 논란이 된 'CHPI-380N' 모델이 전시돼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사례1] '참고로'

이 한 마디는 들끓던 여론에 기름을 퍼부었다. 이달 3일 코웨이는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된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뒤늦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코웨이는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한 뒤 "참고로 니켈은 얼음정수기를 비롯해 수도꼭지, 주전자 등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니켈은 견과류, 콩류, 녹차 등 식품으로도 섭취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어설픈 사과와 해명은 화를 키웠다. 결국 이 사과문은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사례2] '아울러'

2012년 채선당은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천안 지역 가맹점에서 임신부가 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채선당은 "해당 가맹점을 폐업 조치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채선당 대표가 사과하기 위해 천안에 내려갔다"고 사과했다. 회사 측은 사과문에 대표이사 휴대폰 번호까지 공개했다. 경찰 조사에서 채선당의 잘못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회사 측은 "사건의 경위를 떠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코웨이와 채선당의 위기 대처 능력은 극명한 차이가 난다. 한쪽은 어설픈 해명으로 화를 키웠고, 다른 한쪽은 진심 어린 사과로 정직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얻었다.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는 기업의 경영실적과 곧바로 연결됐다. 채선당 매출은 2011년 542억원에서 지난해 651억원으로 4년간 100억원 늘었다. 반면 코웨이는 니켈 검출 사건 후 한 달 만에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 사라졌다.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샤프달 대표가 지난 5월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사과를 했지만, 피해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변명이 화를 불러

 

위기는 어느 기업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문제는 위기를 대처하는 기업의 자세다. 궁색한 변명으로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고, 진심 어린 사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경우 어느 나라 소비자냐에 따라 대응을 달리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시장규모가 커 조그마한 흠도 잡혀선 안될듯 싶은 중국에선 머리 숙이면서, 시장규모도 작고 소비자 집단행동이 드문 한국에선 대충해도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또 문제가 발생한 국가의 법·규제가 느슨한듯 보여 '법대로 하자'는 식으로 나섰다간 폭스바겐 사태처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케아는 미국에선 리콜한 제품을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판매하고 있다. 서랍장을 벽에 고정하고 사용하라는 문구가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이와 관련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고 소비자 의식까지 무시해선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0년 도요타도 가속페달 오작동 불만이 접수됐을 때, 리콜을 늦게하고 부품 납품업체 탓만 하면서 자신들은 잘못이 없고 협력업체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기업으로 낙인됐다"고 말했다. 

 

◇ 사과의 '속도' 중요


진정성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과의 속도다. 가습기 살균제로 수백명의 피해자를 낸 옥시는 사과하는데 5년이 걸렸다. 그동안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던 옥시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머리를 숙였다. 옥시는 국내에서 추방될 위기까지 몰렸다. 2014년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뒤늦은 사과와 어설픈 변명으로 일관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반면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때 곧바로 사고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사태를 수습한 코오롱 이웅열 회장과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삼성서울병원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환자 가족에게 사과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위기를 잘 대처한 경우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기업들이 갑자기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잘못을 공개하려 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며 "위기를 숨기는 동안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자발적 리콜이라고 하는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기관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리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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