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孝子) 브랜드 티니위니를 매각한 이랜드는 연내 약 9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사진=이랜드그룹] |
이랜드그룹의 자금 숨통을 터줄 첫 구원투수로 킴스클럽이 아닌, 티니위니가 확정됐다.
매물로 내놨던 킴스클럽을 다시 품은 이랜드는 '효자곰' 티니위니의 매각으로 올해 9000억여원의 현금을 손에 쥘 예정이다. 이로써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랜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힌 1조5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티니위니를 통해 단번에 메꿨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부지를 팔아 약 36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랜드는 이렇게 약 1조2600억원을 확보해 지난해말 기준 303%인 부채비율을 올해말까지 205%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벌이는 유통사업으로 자금의 활로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향후 이랜드의 숙제로 남았다.
◇티니위니, 킴스클럽 대신 흑기사로 등장
이랜드그룹은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킴스클럽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최종 방침을 발표했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M&A 총괄담당 상무는 "킴스클럽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던 미국계 사모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막판 협상과정에서 서로 요구조건이 맞지 않아 매각을 진행하지 않게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비해 이랜드는 지난 4월부터 티니위니 매각을 검토해왔다. 티니위니는 곰돌이 캐릭터로 유명한 이랜드의 효자(孝子) 브랜드다.
이랜드는 5개월여간의 매각과정을 거쳐 지난 1일 저녁11시 티니위니를 패션업체 브이그라스(V-GRASS)로 59억위안(약 1조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내에 1300여개의 직영매장을 운영하는 티니위니는 지난해 42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20억원. 이번 계약에 따라 브이그라스는 티니위니의 중국내 사업권, 글로벌 상표권 등을 확보하게 됐다.
이 상무는 "매각가는 기대했던 1조3000억~1조5000억원보다 낮은 1조원으로 결정됐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계약을 체결했다면 티니위니의 가치를 더욱 크게 인정받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동기 이랜드그룹 재무총괄 부사장(좌측)과 이규진 M&A 총괄담당 상무(우측)가 이랜드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랜드그룹] |
◇티니위니 판 돈 차입금 갚는데 주력
1조원 규모의 이번 매각을 통해 이랜드가 올해 안에 손에 쥐는 현금은 세전(稅前) 기준으로 약 9000억원이다.
이랜드는 중국 현지에 티니위니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지분 90%를 브이그라스에 넘기는 대신 9000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대금 1000억원은 이랜드 중국법인 의념이 신설법인의 지분 10%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대체한다.
매각 대금은 이랜드월드와 중국법인 의념이 1:3으로 배분할 예정이다. 이랜드월드가 확보하는 현금은 2250억원, 중국법인 의념으로 들어오는 현금은 6750억원 등이다.
이랜드는 올해 안에 티니위니 매각이 마무리되는대로 회사로 들어오는 9000억원을 당장 차입금을 갚는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랜드는 티니위니 신설법인 지분 10%에 대해 3년 후 매각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만큼, 향후 보유지분을 파는 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다.
◇부동산 매각해 3600억 현금 추가 마련
이랜드는 국내 4곳의 부동산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내면세점 부지로 고려하던 합정역 인근부지(1000억원)를 포함해 홍대역 인근부지(700억원), 강남역 일대 점프밀라노(1300억원) 등 3곳은 공개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랜드는 현재 마곡 부지(600억원)의 계약을 진행 중이다.
이랜드는 총 4곳의 부지매각을 통해 3600억여원이 회사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동기 이랜드그룹 재무총괄 부사장은 "티니위니와 부동산의 2개 프로젝트로 일단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종료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그룹의 성장전략에 따라 새롭게 계획을 짜겠다"고 덧붙였다.
◇중국내 쇼핑몰 '팍슨-뉴코아'에 사활
▲이랜드는 지난 1월 중국 상해 창닝 지구에 팍슨-뉴코아몰 1호점을 오픈했다. [사진=이랜드그룹] |
향후에는 주력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상장과 중국 유통사업이 최대 관건으로 남았다. 이랜드는 올해 12월 이랜드리테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기업공개(IPO) 과정을 밟아나갈 예정이다. 다만 향후 상장 일정이나 구체적인 계획은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진행 중인 유통사업에 더욱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에 비해 인구가 30배 많은 중국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랜드는 특히 올해초 중국 팍슨그룹과 합작해 첫 문을 연 '팍슨 뉴코아몰'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신 부사장은 "올해까지 '팍슨 뉴코아몰' 점포를 7개 추가해 오픈할 예정으로, 한 점포당 1000억원대의 매출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티니위니로 인해 생긴 4000억원의 매출 공백을 올해 안에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내년까지는 20개 점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향후 팍슨 뉴코아몰에 힘입어 회사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49억원으로 전년 동기(537억원) 대비 95% 증가했다.
회사 측은 "재무구조를 개선해도 영업이익이 받쳐주지 못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현재 영업면에서 긍정적인 실적을 얻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패션사업을 성장시켜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중국 현지내 유통사업을 회사의 제2의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
이랜드는 당장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통해 급한 불을 끈 후 올해 시내면세점 사업권 도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내면세점 사업을 할 경우 부지로 잡아놨던 합정역 인근부지가 매각대상이 되면서 기존의 면세점 사업계획 변경은 불가피하게됐다.
회사 관계자는 "당분간 면세점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라며 "시내면세점이 들어서는 곳으로는 향후 강서, 불광, 송파에 있는 NC백화점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