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멀어지고, 3등은 쫓아오고'
위스키 업계 2위 페르노리카 한국법인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토종 위스키인 3위 골든블루는 저도주 위스키 시장을 점령하며 페르노리카를 위협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 한국법인 2곳(페르노리카코리아,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의 2015년 회계연도(2015년7월~2016년6월) 매출 합은 2247억원이다. 2014년보다 13.4%(347억원) 감소한 실적이다. 이 회사 매출은 2010년 3513억원을 정점으로 5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5년 만에 매출 1266억원이 사라졌다.
내실은 더 악화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84억원으로 2014년보다 70.9%(449억원) 급감했다.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판매관리비용은 늘어난 탓이다. 판매관리비는 2014년 1142억원에서 지난해 1406억원으로 1년 만에 23.1%(264억원) 증가하며 부담이 가중됐다. 영업이익은 2010년 691억원을 정점으로 지난해 184억원까지 떨어졌다. 이 가운데 페르노리카는 156억원을 해외 본사에 배당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국내 위스키 시장이 침체된 여파다. '폭탄주' 문화가 '양폭(양주·맥주 폭탄)'에서 '소폭(소주·맥주 폭탄)'으로 바뀌면서 위스키 소비가 줄고, 위스키 시장에도 저도주 바람이 불면서 기존 위스키 업체는 이중고를 겪고있다.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2008년 290만 상자(750ml×12병)에서 지난해 170만 상자로 줄었다.
그렇다고 모든 위스키 업체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아니다. 알코올 도수 36.5도의 골든블루 매출은 2011년 146억원에서 지난해 1141억원으로 5년 새 약 8배 성장했다. 골든블루는 올 초 임페리얼을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랐다. 디아지오의 윈저와 페르노리카의 임페리얼의 양강 구도가 깨진 것이다.
디아지오도 위스키 업계에 불어 닥친 한파를 피하진 못했지만, 업계 1위 자리는 굳건히 지키고 있다. 디아지오 매출이 2011년 4045억원에서 지난해 3421억원으로 4년간 15.4%(624억원) 감소하는 동안, 페르노리카 작년 매출은 정점(2010년)대비 36%(1266억원) 급감했다. 1등과 2등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것이다.
업계는 페르노리카 실적이 악화된 배경으로 전략 실패와 노사문제를 꼽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페르노리카는 지난해 노사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며 "여기에 대표가 교체되면서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저도주로 재편되는 가운데 페르노리카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페르노리카가 작년 중순 출시한 저도주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ECLAT BY IMPERIAL)은 올 1~4월 누적 판매량(주류수입협회 기준)이 7상자(1상자=500mL x 18병)에 불과했다. 하루에 한 병 팔린 셈으로, 사실상 단종된 것에 가깝다.
지난달 페르노리카 대표로 선임된 장 투불 사장은 최근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임페리얼의 하락세를 멈추겠다"며 "다시 1위가 되는 것이 중장기적 목표"라고 말했다. 페르노리카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 실시된 희망퇴직에 따른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며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는 시점으로, 반등 기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