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계의 주요 관심 중 하나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경영복귀 시점이다. CJ의 리더십 공백 상태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2013년부터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투자는 멈춰 섰고, 인사는 대폭 줄었다.
올 8월 이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되면서, 경영복귀 길은 열렸다. 변수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 이 회장은 구속수감 기간 중 유전병과 수술 후유증이 심해져, 언제 회복되느냐에 따라 복귀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이 회장, 치료 집중..내년 주총 관심
이 회장은 현재 서울대 병원과 자택을 오가며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수감기간 중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병과 신장 이식 수술 후유증으로 건강이 악화됐다. 유전병으로 근육이 위축돼 젓가락질을 못 할 정도였다. CJ그룹 관계자는 "최근 이 회장이 기력을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면된 뒤부터 주요 경영사항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았지만, 그룹 경영활동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올 8월 이후 CJ그룹은 미국 바이오기업 메타볼릭스 기술, 물류회사 센추리 로지스틱스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일감몰아주기 진원지로 지목된 재산커뮤니케이션도 정리했다.
재계의 관심은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에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2013년 구속된 뒤 CJ, CJ제일제당 등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이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로 다시 선임되면, 공식적인 경영 복귀 선언이 된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되지 않은 채 바로 경영일선에 복귀할 가능성도 높다.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 대신 그룹 회장으로 출근하면서 서서히 업무를 손에 익힐 수 있다.
이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수감된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경영복귀는 대조적 행보를 보였다. 최 회장은 작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다음 날 바로 출근했고, 올 초 SK 등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반면 수감중 건강상태가 악화된 김 회장은 2014년 2월 집행유예가 선고된 10개월 뒤인 그해 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등기이사 선임은 집행유예 만료 2년 뒤인 2021년에야 가능한 상황이다.
이 회장도 건강상태가 좋지않은 만큼 수개월의 회복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 복귀 시점은 아직 예상할 시점이 아니다"며 "차분하게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 복귀 '명분' 얻은 이미경 부회장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부회장의 복귀 여부도 관심대상이다. 이 회장이 구속된 뒤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은 2014년 말 정치적 외압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손경식 CJ 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증인으로 참석해 "조원동 경제수석이 이 부회장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했고, 이는 '대통령의 말씀'이었다"고 증언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이 부회장은 경영복귀의 '명분'을 얻었다. 이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2014년 말부터 현재까지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이달 초 홍콩에서 열린 '2016 MAMA(Mnet Asian Music Awards)'을 참석한 것이 알려지면서, 경영복귀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CJ그룹 문화사업을 일군 이 부회장은 MAMA 행사에 대한 큰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관계자는 "비공식적인 참석이었다"며 "당분간 복귀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