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당분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겸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로 권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진 까닭에 겸직 상황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3일 2016사업연도 결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등이 다뤄진다.
주총과 맞물려 주목을 받아 온 신규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존의 이사회 멤버가 유지되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앞으로도 대표를 맡는다는 뜻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말 대표이사를 박동건 사장에서 권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원래있던 사장 자리를 없애고 권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표를 겸직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초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라인에 새로운 공정을 도입했다가 불량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바람에 생산에 커다란 차질을 빚었다. 공정 전환 차질은 곧바로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지난해 1분기 영업적자 규모만 해도 2700억원에 달했다.
이때 소방수로 투입된 인물이 권 부회장이다. 그는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에스엘시디(S-LCD) 등 3개 회사가 통합해 삼성디스플레이로 출범할 때도 대표이사를 맡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권 부회장은 실적부진에 빠진 LCD사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
권 부회장의 대표 선임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이사회는 현재 이동훈 OLED사업부장(부사장), 한갑수 LCD사업부장(부사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부사장), 김홍경 삼성SDI 경영지원팀장(전무)을 포함해 5인으로 구성돼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경영진의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부회장 대표 겸직 체제가 오래 갈 것이냐 하는 데는 물음표가 붙는다. 먼저 삼성디스플레이는 위기 수습이 마무리된 상태다. 권 부회장이 새롭게 사령탑을 맡은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게다가 지금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으로 부재중인 상항이다. 경영공백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전문경영인 중 유일한 부회장인 권 부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서 권 부회장이 겸직을 떼고 다시 주력 중의 주력사인 삼성전자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는 의견이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다. 현재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대표 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라 필요시 언제든 주총과 이사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임할 수 있다”며 “권 부회장의 겸직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