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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나'를 신고 '새우깡'을 입는다

  • 2017.08.03(목) 14:36

식품업계 '콜라보 열풍'‥다른 업종과도 의기투합
브랜드 이미지 쇄신·새로운 시장 실험


아이스크림 메로나가 신발이 되고 스낵 새우깡이 옷으로 변신하고 있다. 식품업계에 불고 있는 '콜라보레이션(협업) 바람'이 만들어낸 이색 풍경이다. 과거 식품업체간 협업은 종종 있었다. 최근에는 다른 업종과의 협업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장수브랜드를 재해석해 변신을 꾀하는 실험과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 '발상의 전환' 소비자를 즐겁게 하다

식품업계에서 다른 업종과의 협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빙그레다. 빙그레는 지난 5월 휠라코리아와의 협업을 통해 메로나 특유의 색깔을 입힌 운동화와 슬리퍼를 내놨다. 이같은 생소한 조합에 일각에서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운동화 ‘코트디럭스 메로나’는 초도물량 6000족이 출시 2주만에 완판됐다. 빙그레와 휠라는 캔버스화와 모자, 양말 등 시즌2를 진행중이다.

메로나 신발로 가능성을 타진한 빙그레는 영역을 더욱 넓히기로 했다. 이번에는 옷이다. 이랜드의 스파오(SPAO) 브랜드와 협업으로 '메로나 티셔츠' 등 티셔츠와 카디건을 선보였다. 메로나 옷시리즈의 판매량은 목표의 120%를 초과 달성했다. 빙그레는 수세미도 내뇠다. 메로나 모양을 본 뜬 막대형 스폰지로 제작된 '메로나 수세미'는 초도물량 1만개가 출시 2주만에 완판됐다.


빙그레 뿐만이 아니다. 농심은 스테디셀러인 '새우깡'을 활용한 옷을 선보였다. 농심은 삼성물산 패션부분의 SPA인 에잇세컨즈와 함께 새우깡의 새우와 스낵을 그래픽으로 재해석한 '썸머 프랜즈'를 내뇠다. 국민 스낵 새우깡이 총 36개 스타일의 45개 패션아이템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농심은 지난 2012년에도 유니클로와 손잡고 신라면 로고를 새긴 티셔츠인 '신라면 UT'를 선보인 바 있다.

롯데제과도 나섰다. 롯데제과는 주력 빙과제품인 '죠스바'를 선택했다. LF의 여성복 브랜드인 '질바이질스튜어트'와 함께 죠스바 특유의 색깔을 활용한 티셔츠, 셔츠. 블라우스 등 총 7가지 종류의 의류를 선보였다. 롯데제과는 조만간 스낵 브랜드 '빠다코코낫', '마가렛트'를 활용한 의류, 액세서리 등의 패션 아이템도 출시할 계획이다.

◇ 빅데이터로 유통업과 콜라보

식품업체들의 협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편의접 등 유통업체들과 함께 빅데이터 등을 분석, 이를 토대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응도 좋다. 덕분에 식품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은 판매량을 늘리고 소비자들은 재미를 얻어갈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는 평가다.

대상 종가집은 편의점 CU와 함께 '종가집 김치찌개 라면'을 선보였다. 빅데이터 조사결과 편의점에서 라면을 구매하는 고객의 20% 가량이 김치를 함께 구매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롯데제과는 세븐일레븐과 손잡았다. '롯데요구르트 젤리'를 세븐일레븐을 통해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 첫 판매를 시작한 이래 2개월만에 판매 200만개를 돌파했다. CJ제일제당과는 '알래스카연어 삼각김밥'을 내놨다.


오리온은 GS25와 손잡았다. GS25가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스윙칩을 구매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을 찾아냈다. 이에 따라 오리온과 GS25는 ‘유어스스윙칩 오모리김치찌개맛’을 공동개발해 시장에 선보였다. ‘유어스스윙칩 오모리김치찌개맛’은 출시 한달만에 20만개가 판매됐다.

여러 식품업체들과 유통업체간 협업도 있다. 동원F&B와 팔도는 '동원참치 라면'을 세븐일레븐과 함께 선보였다. 참치는 동원, 라면 제조는 팔도, 판매는 세븐일레븐이 맡는 협업 방식이다. 이런 협업에 힘입어 '동원참치 라면'은 출시 5일만에 20만개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 장수 브랜드, 변신을 통해 새 시장을 실험하다


식품업체들은 성장이 둔화되면서 고심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하는 주기가 짧아지고 유통업체 PB(자체브랜드)가 쏟아지는 등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 선택을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다양한 협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빙그레 메로나는 2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장수 브랜드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국내 빙과시장은 침체 일로다. 2013년 국내 빙과시장은 1조9371억원 규모였지만 작년에는 1조1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장수 브랜드인 메로나도 그 여파로 판매가 주춤했다. 이에 따라 빙그레는 활로 모색을 위해 다른 업종과의 협업을 택했다.

▲ 자료:식품산업통계정보, 닐슨코리아(단위:억원).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지만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된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꾸기 위한 차원도 있다. 다른 업종과의 협업에 사용된 브랜드들을 보면 대부분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40년이 넘어선 브랜드들이다. 장수 브랜드인 만큼 새롭게 리뉴얼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대신 다양한 영억으로 브랜드 이미지 확장을 꾀했고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빙그레 관계자는 "솔직히 이윤을 바라보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고 침체된 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브랜드를 여러 영역으로 확장해 보기로 했던 것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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