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아닌 '관리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 2017.08.17(목) 17:22

친환경 농가서 부적합 쏟아져‥인증체계 허술
관리감독 이원화로 엇박자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정부를 향하고 있다. 정부의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번 기회에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 친환경의 배신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결과 17일 오전 5시 현재 감사완료 농가 876곳중 친환경 무항생제 기준에 미흡한 농가는 63곳으로 밝혀졌다. 이중 생산한 계란을 판매하기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눙가는 28곳에 달한다. 나머지 35곳은 허용기준에 미달하지만,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달고 나가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들이다.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 농가들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기준에 따라 일반 농가에 허용된 살충제조차 써서는 안되지만 사용하다 문제가 됐다.

친환경축산농가는 사료에 따라 ‘무항생제축산농가’와 ‘유기축산농가’로 나뉜다. 사료가 무항생제 사료냐 유기 사료냐에 따른 분류다. 적발된 곳들은 무항생제축산농가였다. 이들은 그동안 친환경 기준을 위반하고도 친환경 인증 마크를 붙여 판매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무항생제 농가는 연간 2000만원, 유기축산 농가는 3000만원까지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무항생제축산농가 관리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무항생제축산농가는 사료에만 항생제를 쓸 수 없을뿐 치료용으로는 항생제 사용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무늬만 친환경'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감사원도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인증농가에 대한 관리체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의 친환경 인증제도는 사실상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9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관리원이 담당했다. 하지만 2002년부터 민간업체에 위임되기 시작해 지난 6월에는 민간업체가 100% 인증업무를 맡게됐다. 현재 인증업무룰 하고 있는 민간업체는 총 64곳에 이른다. 정부는 인증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후관리만 한다.

민간업체들은 인증을 신청한 농가에 대해 서류 및 현장심사를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다. 인증을 많이 해줄수록 인증 대행업체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인증제도 관리가 소홀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친환경 인증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민간인증기관 통폐합 등 인증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농식품부·식약처 '엇박자'

업계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이원화된 관리체계도 이번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현재 계란 등 축산물의 생산단계는 농식품부가, 유통단계는 식약처가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원화된 체계속에서 제대로된 검사와 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게 업계 시각이다.

이런 체계는 지난 2013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정부는 효율적인 업무집행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단적으로 이번 살충제 계란의 경우 농식품부가 작년 9월~10월, 올해 3월~5월에 산란계 농가에 대한 농약검사 조사계획을 세우고 실제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농식품부는 결과만 식약처에 통보했다.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함께 움직여야 했음에도 그렇지 않았다.


이번 산란계 농가 전수조사에서도 이런 문제가 노출됐다. 각각의 역할이 나눠져 있다보니 함께 조사를 하지 못하고, 농식품부가 농가를 검사하고 살충제 검출을 전달하면 식약처는 계란껍질에 적힌 문구로 살충제를 구체적으로 검사하는 상황이다.

 

엇박자 사례는 또 있다. 농식품부는 17일 산란계 농가 전수조사 결과 29개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식약처가 밝혀낸 곳들이 누락된 수치였다. 결국 이후에 32곳으로 정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32개 부적합 농장의 이름과 수, 검출된 살충제 종류도 일부 잘못돼 정정했다. 친환경 농가중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중복으로 검출된 곳이 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공개했다. 식약처도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의 껍질에 찍힌 생산자명을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껏 일이 터지면 부처간에 다른 내용의 발표를 하거나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거나 여타 선진국들과 같이 식품산업 진흥체계와 안전관리체계를 철저히 구분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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