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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워치]⑥-1 빅3 주인들…코오롱의 좌절과 도전

  • 2017.10.05(목) 09:00

전국 1위 덕평휴게소, 코오롱건설이 개발·운영
개발사 덕평랜드, 모기업 자금난으로 고전
지분 49% 맥쿼리에 매각..평창휴게소도 맞손

고속도로 휴게소를 누가 운영하고 얼마나 돈을 버는지는 휴게소 관련 사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다. 그럼에도 그동안 휴게소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고 운영자들도 베일속에 가려진 경우가 많았다. 휴게소 평가에서 누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는 휴게소 이용자에게 소중한 정보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그동안 선별적으로 상위평가 결과만 발표해왔다. 비즈니스워치는 정보불균형 해소와 알권리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관련 정보를 분석해 전면 공개한다. 우리가 몰랐지만 알아두면 좋은 휴게소이야기. [편집자]

 

 

영동고속도로에 위치한 덕평휴게소,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 중부선 마장휴게소는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중 '빅3'다.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르고 가장 많은 돈을 쓰는 휴게소다.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과 사람들의 행렬, 대규모 부지에 준비된 쇼핑과 휴게시설은 미니 복합쇼핑몰이다.

 

빅3 휴게소의 주요한 공통점은 민간자본(민자)으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민자개발은 정부가 소유한 땅에 세금을 투입하지 않고 민간기업이나 금융사들이 조달한 자금으로 휴게소를 조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는 투자비용과 운영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직접개발과 함께 민자개발을 병행한다.

 

기업이나 금융사들은 휴게소 개발 이후 토지사용료를 지불하고 일정기간 운영한 뒤 한국도로공사에 기부채납을 통해 휴게소를 넘긴다. 정해진 기간에는 민간자본이 사실상 휴게소 주인이다.

 

민간자본이 투입되다보니 휴게소가 정상적으로 개발되고 가동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다. 민간개발은 대규모 부지에 휴게소뿐 아니라 유통매장과 각종 휴게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개발되면서 초기 투자비가 크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금융사들이 개발에 나서는데 실패와 재도전, 투자기업들의 손바뀜이 많았다.

 

◇ 아픈 손가락 그리고 끝나지 않은 꿈

 

덕평휴게소는 코오롱그룹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계열사인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은 2003년 100% 출자한 덕평랜드를 설립하고 덕평 복합휴게시설 민자개발 사업 시행사로 선정됐다. 덕평휴게소와 주변 토지를 개발해 사용하고 매출의 11%를 한국도로공사에 사용료로 내기로 했다. 사용기간은 25년, 2029년에 한국도로공사에 무상으로 넘기기로 했다.

 

2003년 한국도로공사와 계약 당시 덕평랜드의 꿈은 컸다. 휴게소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시설,스파와 물놀이시설, 골프연습장과 미니 골프장 등 종합휴양시설을 계획했다. 하지만 당시 건설교통부에서 사업승인을 받지 못해 결국 2007년 영동고속도로 상행휴게시설만 우선 오픈했다. 2009년에는 영동고속도로 확장과 연계해 추가로 휴게소 진출입로를 확보하고 하행휴게시설을 추가 오픈했다.

 

덕평휴게소는 오픈 후 좋은 입지조건에 '자연과 환경, 건강' 컨셉트가 알려지면서 사랑받는 휴게소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덕평휴게소 주인은 편치가 못했다.

 

개발비 조달 등 든든한 배경이 돼 줘야할 코오롱건설이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자금난에 처한 때문이다. 코오롱건설뿐 아니라 코오롱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렸다. 덕평휴게소가 오픈되기 이전에 시작된 위기는 덕평휴게소 오픈 이후에도 지속됐다.

 

코오롱그룹과 코오롱건설은 재무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매각 등 자구책에 나섰고 코오롱건설은  2012년 무역·IT유통 계열사인 코오롱아이넷, 수입차 판매 계열사인 코오롱B&S를 흡수합병해 코오롱글로벌로 재탄생 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 1000억원 이상 자금을 확보하고 합병을 통해 부진한 건설 실적을 다른 사업으로 메워나갔다. 

 

▲ 고속도로 휴게소는 개발과 운영권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국내외 금융사 등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자구책에도 코오롱글로벌 살림은 어려웠고 코오롱글로벌은 덕평랜드 주식담보 대출, 제2영동고속도로 지분과 김천에너지서비스 지분 매각 등 자구노력을 계속했다. 덕평랜드도 모기업 영향을 받아 고난의 길을 걸었다.

 

결국 2014년 코오롱글로벌은 덕평휴게소 개발, 운영과 관련해 특단의 조치에 나선다. 덕평랜드 유상감자를 통해 466억원을 회수하고 지분 49%를 외국계 금융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영하는 펀드에 134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또 100% 지분을 출자한 휴게소운영법인 네이처브리지를 설립한다. 네이처브리지는 덕평랜드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덕평휴게소를 2024년까지 10년동안 운영하기로 했다. 네이처브리지가 원하면 덕평휴게소를 한국도로공사에 넘기는 2029년 4월까지 5년 연장할 수 있다.
 

덕평랜드가 휴게시설과 주변토지를 개발하는 시행사라면 네이처브리지는 휴게소를 맡아서 운영하는 운영사업자다. 네이처브리지는 2015년 매출 198억원, 영업손실 55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223억원에 영업손실 45억원이다.

 

코오롱글로벌이 덕평휴게소사업을 어렵게 끌어왔지만 휴게소사업은 '끝나지 않은 꿈'이다. 덕평랜드를 통한 휴게소 독자개발 꿈은 사실상 접었지만, 휴게소운영사인 네이처브리지는 덕평휴게소와 함께 영동고속도로 평창휴게소(서창방면)도 운영한다.

 

평창휴게소(서창방면)은 맥쿼리가 한국도로공사에서 인수한 휴게소다. 네이처브리지는 평창휴게소(서창방면)를 20년 임대해 운영한다. 덕평에서 평창으로 이어진 맥쿼리와 코오롱의 파트너십이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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