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롯데지주는 분할된 4개 계열사와 함께 30일 증시에 재상장돼 거래를 시작했다. 롯데 지주사 전환은 몇년간 이어져온 형제간 경영분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고 투명경영과 새로운 가치창조를 내건 새로운 롯데가 시작된 것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신동빈 회장 체제가 공고해지고 거미줄처럼 얽혀있던 복합한 출자구조가 단순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해야 하고 금융계열사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 특히 일본롯데와의 관계정립을 위해 호텔롯데 상장 등 추가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워치는 롯데지주 출범으로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자회사 및 그룹계열사 현황, 해결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다. [편집자]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그룹에 '손톱밑 가시' 같은 존재였다. 수많은 순환출자고리의 중심에 있었고 특히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기업으로 외부 눈총을 받는 존재였다.
롯데그룹이 난마처럼 얽혀있던 순환출자 구조를 대부분 해소하고 순환(상호)출자 13개만 남긴 상태에서 롯데정보통신에 걸려있는게 4가지나 된다.
우선 롯데정보통신이 롯데지주 지분 2.4%를 보유하고, 롯데지주가 정보통신 지분 7.67%를 보유해 상호출자 상태다. 순환출자는 롯데지주-롯데지알에스-롯데정보통신-롯데지주로 이어지는 구조를 비롯해 롯데지주-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롯데지주, 롯데지주-롯데지알에스-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롯데지주 3가지다.
지난 6월말까지만 해도 '롯데정보통신이 포함된 순환출자'만 28가지에 달했다. 2004년 롯데전자와 합병하면서 롯데전자가 보유하던 롯데쇼핑, 롯데건설 지분을 갖게되면서 생긴 출자고리다. 대부분 정리되고 4가지 고리만 남겨둔 상태다. 롯데지주 출범 후 6개월 이내(내년 3월까지)에 출자고리를 끊지 않으면 과징금 등 제재를 받게된다.
일감몰아주기 이슈는 지속적으로 롯데정보통신을 따라다녔다. 롯데정보통신은 1996년 설립돼 그룹내 전산개발 및 시스템통합업무를 주로 했다. 이렇다보니 그룹내 매출비중이 매우 높다. 지난해 전체 매출 6229억원중 그룹내 계열사 관련 매출이 5801억원으로 93%에 달한다.
그룹내 매출비중이 절대적인데다 오너 일가 지분도 20%를 넘어 일단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중 ▲오너와 특수관계인(친족) 지분이 20%(상장사는 30%) 이상이고 ▲계열사와 연간 거래규모가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인 경우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롯데정보통신의 오너일가 지분은 신격호 총괄회장 10.45%, 신동빈 회장 6.82%, 신동주 SDJ 회장 3.99%,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3.51%로 총 24.77%다.
물론 규제대상에 포함된다해서 무조건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효율성 증대, 보안서, 긴급성 등 거래목적도 따져보고 다른 기업과의 거래 등을 감안해 불공정거래였는지도 따져서 제재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예외사유인지를 해당기업이 입증해야 하는 등 규제 리스크가 높고 대기업 총수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롯데정보통신도 규제대상 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현안이다.
롯데정보통신과 롯데그룹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롯데정보통신의 회사분할이 주목받는다.
11월1일 롯데IT테크와 롯데정보통신으로 물적분할된다. 분할 후 존속회사인 롯데IT테크는 자회사 관리, 신기술사업 투자 역할을 하고, 분할 후 신설되는 롯데정보통신은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통합(SI)사업을 한다. 롯데IT테크가 롯데정보통신 지분 100%를 보유한다.
롯데정보통신의 분할은 순환(상호)출자구조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11월1일 롯데정보통신 물적분할로 롯데IT테크가 롯데정보통신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일단 벗어나게 된다. 분할신설되는 롯데정보통신에 대한 오너 일가 지분은 없어지고 롯데IT테크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분할 이후에는 지주회사와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진 롯데IT테크와 롯데지주가 합병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롯데IT테크와 롯데지주가 합병하면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완전히 잠재울 수 있고, 롯데정보통신과 관련한 순환(상호)출자 문제도 대부분 해소된다.
▲ 롯데정보통신은 11월1일자로 롯데IT테크(존속회사)와 롯데정보통신(분할신설)으로 물적분할된다. 롯데IT테크가 롯데정보통신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다. |
합병이 현실화되면 롯데지주와 상호출자 문제가 해소되고, 롯데지주의 순환출자고리중 3개가 단순해진다. 롯데IT테크 지분은 오너일가 24.77% 외에 롯데지알에스 34.53%, 대홍기획 28.5%, 롯데지주 7.67%, 호텔롯데 2.91%다.
따라서 롯데IT테크와 롯데지주가 합병하면 기존 롯데정보통신이 포함된 순환출자 고리중 '롯데지주-롯데지알에스-롯데정보통신(롯데IT테크)-롯데지주'는 롯데지주와 롯데지알에스 상호출자로 바뀐다. 롯데지알에스가 보유하게 되는 롯데지주 지분만 처리하면 된다.
'롯데지주-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롯데IT테크)-롯데지주' 순환출자고리는 롯데지주와 대홍기획 상호출자로 바뀐다. 이미 롯데지주와 대홍기획은 상호출자 관계다. 어차피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롯데지주-롯데지알에스-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롯데IT테크)-롯데지주'로 이어지는 고리는 '롯데지주-롯데지알에스-대홍기획-롯데지주'로 바뀐다. 이 순환출자 고리도 이미 존재하고 있어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롯데지주와 롯데IT테크가 합병하면, 기존 롯데정보통신이 포함된 순환(상호)출자고리 4개중 3개는 자연소멸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롯데지주-롯데지알에스' 상호출자 문제만 남게되는 셈이다. 이렇게되면 현재 13개 롯데지주의 순환(상호)출자는 10개로 줄어든다.
한편 롯데지주와 롯데IT테크 합병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롯데지주 지분율도 높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IT테크 지분이 롯데지주 지분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미운 오리'가 '백조'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