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핀셋 첫번째 주제는 궐련형 전자담배입니다. 올해 6월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 10월 반출량이 2000만갑이 넘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사용후기, 건강 논란 등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편집자]
▲ [그래픽= 김용민 기자] |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탈까?
흡연자라면 요즘 이런 고민 해보셨을 겁니다. 담뱃갑의 섬뜩한 경고그림을 보면 고민은 더 깊어지죠. 올해 국내에 궐련형 전자담배를 선보인 필립모리스와 BAT는 "기존 담배보다 위해성을 90% 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담배를 태우지 않고 찌는 방식으로 타르 등 발암물질을 줄이는 원리죠. 일부 호사가들은 800℃로 태우는 담배는 삼겹살, 350℃로 찌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수육이라 하더군요.
그렇다고 담배회사 주장을 온전히 믿기는 힘듭니다. 최근 필립모리스가 미국 정부에 "아이코스와 일반담배의 위해성 차이가 거의 없다"는 실험결과를 제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조사마다 결과가 달라지니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조사중이지만 그 결과는 내년에나 나올 예정입니다.
비즈니스워치는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꾸고 신체적 변화가 일어났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물었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꿔야하나 고민하는 흡연자에게 도움 되길 바랍니다.
"부채의식 덜하다"(안시헌(가명)/남성(성별)/34세(나이)/14년(흡연기간)/글로(궐련형 전자단배 종류)/한갑(이전 담배양)-반갑(궐련형 전자담배 양))
지난 9월부터 글로를 피우고 있는데 냄새가 없어 좋다. 덜 해롭다니까 심리적으로 부채의식이 덜하다. 이전에 하루에 한갑 정도 피웠는데 글로는 반갑 정도 피운다. 글로로 바꿀 때 담배를 줄이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담배 피우면 다음날 머리가 아팠는데, 요즘은 덜하다. 냄새가 완전히 안나는 것은 아니다. 누룽지 냄새 같은 것이 난다.
"흡연량 두배 늘었다"(이은하/여성/28세/13년/아이코스/5개비-반갑)
이전에 하루에 담배 5개비 정도 피웠는데 아이코스로 바꾸고 나서 하루에 반갑 정도 피운다. 흡연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인 듯 하다. 냄새가 안나니 금연구역이 아닌 이상 건물 계단에서 피우곤 한다. 이전에 아침에 일어나 첫 담배를 피우면 어지럽고 했는데, 아이코스로 바꾸고 나서 그렇지 않다.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는데 몸에 덜 해롭다는 느낌이다. 확실히 찌들었다는 느낌이 없다.
▲ BAT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이틀만에 고장 났다"(김정식/남성/37세/18년/글로/한갑-한갑보다 더 피움)
담배는 하루에 한갑 정도 피웠는데 글로로 바꾸고 나서 조금 더 피우게 된다. 담배 연기라는 시각적 효과가 떨어지고, 맛이 일정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이전에 줄담배를 피우면 위가 쓰렸는데 그 증상이 없어졌다.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약간 굽는 냄새가 나는데 피우면 피울수록 진해진다. 문제는 기계 자체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글로 구입한지 이틀만에 충전이 안되더라. 교환하긴 했는데 본사에선 제품 결함이 아니라 소비자 사용 부주의로 몰고 가는 느낌이었다. 주변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기계가 고장 나서 담배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이 오르면 다시 담배로 돌아갈 거다.
"딸꾹질 증세가 없어졌다"(한동수/남성/44세/23년/아이코스/한갑-한갑)
냄새가 안 나고, 덜 독한 거 같다. 예전에 담배를 많이 피우면 딸꾹질이 났는데 아이코스로 바꾸고 나서 이 증세가 없어졌다. 아침에 좀 가뿐하게 일어난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담배를 끊었을 때의 컨디션은 아니다. 이전에 담배를 끊었을 때 몸이 가벼워지고 식욕이 돋고 했지만 아이코스는 기존에 담배 피울 때와 몸 상태가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아이코스·글로·담배 모두 피운다"(이진경/남성/35세/15년/아이코스·글로·담배/반갑-반갑)
올해 5월 일본 친구에게 아이코스를 선물 받았다. 아이코스로 바꾸고 나서 입이 덜 텁텁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몸이 좋아진 건 모르겠다. 아이코스는 줄담배가 안되고, 충전과 청소 등이 불편하다. 8~9월쯤엔 일반 담배도 같이 피우기 시작했다. 3개월 정도 쓰다 보니 충전 접지가 잘 안되고 잔 고장이 많았다. 그러다 친구의 글로를 빌려 피워봤는데 흡입량이 아이코스보다 풍부하더라. 그래서 글로도 샀는데 찐 냄새가 심하더라. 요즘은 세가지 다 들고 다니고 주로 아이코스를 피운다. 멘솔 담배를 피울땐 글로를 사용한다.
▲ 필립모리스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담배는 다시 못 피우겠더라"(문동원/남성/46세/28년/아이코스/한갑-한갑)
처음 아이코스로 바꾸고 나서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담배와 맛이 달랐고, 빨리는 강도도 덜했다. 하지만 요즘은 적응했다. 이전에 담배 피울때 토할 거 같은 느낌을 종종 받곤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가래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기계를 청소하는 것도 불편하지 않다. 기존 담배는 다시는 못 피우겠더라.
"엘리베이터에서 눈치 안본다"(김상식/34세/12년/아이코스/반 갑-반 갑)
아이코스를 바꾸고 나서 냄새가 안나고 가래가 덜 끓는다. 대체로 만족한다. 가래 많이 나올 땐 침도 많이 뱉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어졌다. 냄새가 안나니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도 눈치를 보지 않는다. 이전엔 담배와 라이터만 있어도 됐는데 요즘은 충전하고 들고 다녀야 해서 불편하다.
"일본 아이코스가 더 좋다"(박재민/남성/45세/30년/아이코스/반갑-한갑)
아이코스에 인이 박였다. 가끔 술자리에서 담배를 얻어 피우면 2개비 이상 못 피우겠더라. 냄새가 거북해졌다. 지금은 냄새 때문이라도 담배로 다시 돌아갈 것 같지 않다. 가래가 덜 끓긴 하지만 담배보다 아이코스가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은 믿지 않는다. 실내에서 아이코스 피는 것이 어느 정도 용인되면서 흡연량이 더 늘었다. 정부가 실내 흡연을 금지하면서 줄였는데 아이코스 바꾸면서 다시 늘어났다. 아이코스로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연명할 뿐이다. 문제점은 한국과 일본에서 파는 제품의 격차가 심하다는 점이다. 일본에 사는 지인이 아이코스 히츠(담배)를 사다 주는 데 한국 것보다 부드럽고 담배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 아이코스 히츠는 말보로로 표시돼있고, 한국 히츠는 이탈리아 OEM(주문자생산)이라고 하더라. 지금까지 일본 히츠만 태우고 있다. 호환이 가능한 KT&G의 릴을 사서 피울 생각도 있다. 그리고 아이코스 기계는 쓸수록 충전 시간은 오래 걸리고 방전은 빨라진다.
"담배 냄새가 싫어졌다"(김민식/39세/20년/아이코스/반갑-반갑보다 덜 피움.)
아이코스로 바꾸고 나서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고, 가래가 덜 끓는다. 그런데 아이코스로 바꿀 시점부터 운동도 하고 식단관리도 하고 있어, 아이코스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담배는 하루에 한갑 정도 피웠는데 아이코스는 줄이려고 노력해 반갑 정도 태운다. 피부에 와 닿는 것은 냄새가 없다는 점이다. 담배의 찌든 냄새가 나지 않는다. 중독성은 담배와 아이코스가 거의 비슷하다. 그게 문제다. 하지만 둘 다 해롭다고 하더라도 냄새 안나는 아이코스를 피우겠다. 담배 냄새가 싫어졌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