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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 '타르' 공방…진실은

  • 2018.06.15(금) 09:30

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 발표 후 '뒤숭숭'
업체들 강력 반발…"타르는 태울 때만 나와"

 
흡연자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배신감' 때문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타르' 성분이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이 검출됐다.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담배를 찾아 궐련형 전자담배로 옮겨간 흡연자들에게 식약처의 발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다.

◇ '희망'이었던 궐련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는 작년 담배업계를 뒤흔든 히트작이었다. 작년 5월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를 필두로 BAT의 '글로', KT&G의 '릴' 등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12월까지 궐련형 전자담배의 누적 판매량은 7870만 갑,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9700만 갑에 달한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일반 담배를 대체하면서도 건강엔 덜 해롭다는 인식이다. 여기에 기존 일반 담배가 가지고 있던 냄새 등 여러 단점을 없앤 것도 흡연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금연의 필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던 많은 흡연자에게 궐련형 전자담배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사실 흡연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궐련형 전자담배 업체들이 내세운 마케팅의 힘이 크다. 업체들은 시종일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형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강조했다. 가장 대표적인 근거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타르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타르는 니코틴과 함께 담배의 가장 유해한 성분으로 꼽히는 물질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업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연초를 연소시키지 않아 타르가 검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연초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찌꺼기, 수분 등이 발생하는 데 타르는 니코틴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물질을 총칭한다. 타르 안에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도 포함돼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소 방식이 아니어서 타르가 없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이었다.

◇ 식약처, '타르'를 꺼내들다

하지만 식약처의 분석 결과는 달랐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검출된 니코틴은 일반 담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세 가지 제품 중에서는 아이코스의 니코틴이 가장 높았고, 릴과 글로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타르의 경우 아이코스와 릴에서 배출되는 양이 일반 담배보다 더 많았다. 흡연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이 대목이다. 

식약처 분석에서는 니코틴과 타르 외에도 여러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포름알데히드와 니트로소 노르니코틴, 니트로소 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은 일반 담배에서 배출되는 양의 20% 이상 나왔다. 2B급인 알세트알데이드의 경우 일반 담배의 28% 수준으로 검출됐다. 물론 일반 담배와 비교하면 대부분 검출량이 적었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벤조피렌과 벤젠 등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타르 검출과 관련해선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는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업체들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아울러 식약처는 업체들이 제시한 자체 실험 결과와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독일 연방위해평가원도 필립모리스가 자체 개발한 방법은 국제적으로 합의한 공인분석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면서 "일본, 중국, 독일이 아이코스 제품을 분석한 결과와 비교해도 유사한 수준이었고 시험분석평가위원회도 동일하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 필립모리스 등 '강력 반발'

하지만 식약처의 분석 결과에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필립모리스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1년 만에 약 200만대 가까이 판매한 1위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BAT의 경우 식약처의 분석 결과 가장 좋은 수치를 보인 만큼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KT&G는 정부의 발표를 반박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반 담배와의 유해성을 비교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타르는 연소 과정이 없는 궐련형 전자담배엔 적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독일연방위해평가원도 지난 5월 일반 담배의 타르 수치와 형식적으로 계산한 아이코스의 수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잘못 해석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이사가 지난달 23일 열린 아이코스 미디어데이에서 그간의 사업성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BAT는 "식약처가 발표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분석 결과가 BAT의 검증된 자체 연구 결과와 부합한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타르 수치의 경우 식약처의 분석 결과는 오도적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눈여겨볼 점은 글로에서는 궐련의 연소 과정에서 검출되는 성분(일산화탄소, 부타디엔)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KT&G는 이번 식약처의 발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G의 경우 회사의 특성상 정부의 공식 발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업계에서는 식약처의 분석 방법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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