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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필립모리스의 '오버'…아이코스도 해롭다

  • 2018.10.18(목) 15:08

정부와 각 세우는 필립모리스…소송까지 건 이유

 
"한국필립모리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소송의 취지는 식약처의 발표로 인해 흡연자와 그 주위 사람들이 일반 담배(궐련)보다 덜 해로운 대체제품의 사용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가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공세의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6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는 취지의 유해성 분석결과를 내놓은 데 따른 반발이다. 필립모리스는 당시 곧장 반박 자료를 내놓았고 이후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식약처의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최근엔 식약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필립모리스가 주장하고 있는 핵심은 자사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는 덜 해롭다는 것이다. 필립모리스는 담배의 해악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최선책'은 금연이라고 전제한다. 다만 금연을 못 하는 이들을 위해 아이코스가 '차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체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아이코스 연기에는 일반 궐련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90%가량 적게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아이코스가 훌륭한 담배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필립모리스가 특히 걸고넘어지는 대목은 식약처가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양이 일반 담배보다 많다고 밝힌 부분이다. 필립모리스는 타르의 경우 일반 담배 연기를 측정하는 지표이지 태우는 방식이 아닌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WTO도 "타르는 담배 규제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아닌 만큼 측정할 필요가 없으며 타르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는 게 필립모리스의 주장이다. 필립모리스는 아예 '타르의 진실'이라는 웹사이트까지 만들어 이를 알리고 있다.

필립모리스의 '자신감' 있는 공세는 사실 식약처가 초래한 면이 없지 않다. 식약처가 내놓은 유해성 분석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타르 외에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등 대부분의 유해 물질이 일반 담배보다 적게 나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보도자료 제목은 '타르, 일반 담배보다 궐련형 전자담배 더 많아'로 잡아 타르만 부각했다. 자칫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받을 여지를 만든 셈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몸에 해롭다는 정도만 강조하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유해 물질 배출량이 적다는 필립모리스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 필립모리스가 지난 8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와 일반담배 연기의 폐암 발생 영향 비교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그러나 필립모리스의 대응 방식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필립모리스는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와 비교해 '얼마나' 덜 해로운지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게 필립모리스의 바람인 듯하다.
 

반면 해로움의 '정도'를 알리는 건 필립모리스 스스로 하면 될 일이지 정부에 떼를 쓸 일은 아니다. 금연을 권장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특정 제품들에 대한 해로움의 정도 차이를 알릴 의무는 없다.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몸에 좋지 않다는 얘기만 하면 된다. 담배 제품의 유해성 정도를 따져 줄을 세우고 '덜 해로운' 담배를 권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주장이 맞는지도 아직까진 의문이다. 필립모리스가 근거로 든 WTO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로우며 유해 성분이 덜 배출되거나 간접흡연의 피해가 감소한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이코스가 담배 관련 질환의 위험성을 줄인다는 필립모리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아이코스에서 이미 분석이 이뤄진 유해 성분이 감소하긴 했지만 이게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정부가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건강에 괜찮다는 인식이 퍼져 금연의 가치가 떨어지는 분위기다. 분위기가 실제 그렇게 흘러간다면 당연히 정부로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며 금연을 독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덜 해롭다'거나 '유해성분이 적다'는 논리는 필립모리스가 강조하고 싶어 하고 실제 광고하는 일종의 프레임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를 정부가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소송까지 거는 것은 '오버'이자 언론플레이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소비자가 건강을 위해 알아야 할 정보는 어떤 제품에 유해성분이 몇 퍼센트 적게 들었는지가 아니다. 발암 물질이 적게 들었다고 해서 암을 유발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되려 '이 담배는 피워도 괜찮다'는 식의 혼란을 초래할 여지도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건강에 해로운 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정보가 금연엔 훨씬 많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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