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하 대한통운)이 CJ건설을 흡수합병한다. 최근 지배구조를 재정비하면서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물류회사와 건설사의 합병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와 건설이 합치는 사실상 첫 사례"라고 말했다. 예상 밖의 합병에 대해 CJ그룹 측은 "국내외에서 두 회사가 시너지 낼 사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증권가에선 "부실 계열사 지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J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떠오르고 있는 CJ대한통운에 대한 비전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 [그래픽= 유상연 기자] |
◇ 깜짝 합병…"물류+건설 시너지 노렸다"
대한통운과 CJ건설의 합병비율은 1대 0.0537169. 대한통운은 합병대가로 자사주 52만9398주(803억원)를 지주사 CJ(주)에 지급한다. CJ(주)가 CJ건설 지분 99.94%를 갖고 있어서다. 아울러 CJ그룹은 대한통운을 CJ제일제당 자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을 동시에 단행했다.
대한통운은 올해에만 베트남 제마뎁, 말레이시아 센추리 로지스틱스 등 글로벌 물류회사를 사들이며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룹내 계열사와 합병은 예상치 못했다. 업종이 다를 뿐만 아니라 체급차이도 크다. 대한통운 시가총액은 3조2165억원에 이르지만 이번 합병과정에서 측정된 CJ건설 가치는 803억원에 불과했다.
CJ는 물류와 건설의 시너지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대한통운이 국내외로 물류창고 등을 건설하는데 두 회사의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CJ건설은 앞으로 물류 전문건설사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CJ건설은 축구장 40배 규모의 대한통운 '택배 메가 허브 터미널'을 짓고 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해외 M&A가 늘면서 물류 창고 수요도 늘고 있다"며 "CJ건설과 한 회사가 되면 초기단계부터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 CJ그룹이 지주사 CJ를 정점으로 CJ제일제당-CJ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에 나섰다.[그래픽 = 김용민 기자] |
◇ 잃을 것이 없다 VS 얻을 것이 없다
CJ건설 입장에선 '잃을 것이 없는 거래'다. 현재 CJ건설 신용등급은 BBB+로 투기등급 전 단계다. 이번에 신용등급이 좋은 대한통운(AA-)과 합치면 CJ건설은 신용등급이 올라가 관공서 수주 등에서 유리해진다. CJ건설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신용등급이 상향될 것"이라며 "공공 물량, 해외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는 시너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CJ건설 작년 매출은 6420억원, 영업이익은 122억원이다. 매출의 90% 이상은 건설에서 나오지만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은 리조트·골프장에서 나오고 있다.
CJ그룹은 이렇게 설명하지만 증권가에선 대한통운이 '얻는 것이 없는 거래'라는 분석을 내놨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시너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무적 건전성이 떨어지는 계열사와 합병은 부실 계열사 지원이라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M&A 종잣돈인 자사주가 예상 밖에서 활용되고, 비주력사업 인수로 투자심리도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
◇ CJ, 꾸준히 건설 지원
지주사 CJ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CJ건설을 지원해왔다. 2014년 CJ는 250억원 규모의 방배동 건물을 CJ건설에 현물출자했다. 현재 CJ건설은 이 건물을 본사 사옥으로 쓰고 있다. 2015년 CJ건설이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할때 CJ는 인수회사(하나금융투자)와 총수익스왑계약을 맺으며 CJ건설을 도왔다. 신용도가 낮은 CJ건설에 대해 CJ가 일종의 '보증'을 선 셈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CJ건설 부채비율은 569.7%(2014년)에서 329.8%(2015년)로 낮아졌다. 하지만 CJ는 하나금융투자가 신종자본증권을 제삼자에게 매각할 경우 매각가와 정산가의 차액을 정산할 '의무'를 지게 됐다. CJ가 매각대상을 지정하는 '매수선택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CJ는 당장 내년 12월부터 '의무'를 져야 한다.
CJ그룹 관계자는 "일각에선 CJ건설의 부실을 대한통운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CJ건설은 다른 건설사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지 않고 CJ건설이 운영하는 골프장의 입회비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채무의 부실화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