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월드베스트 CJ'와 '그레이트 CJ'를 향한 경영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이어 이번에는 주력 계열사인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배가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CJ그룹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지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 '잃어버린 4년' 되찾는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경영에 복귀했다. 지난 2013년 조세포탈·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후 수감생활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다. 선천적인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병과 신장 질환으로 정상적으로 수감생활을 할 수 없었다. 이 회장은 2016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하지만 경영 일선에는 복귀하지 않았다. 세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건강도 추슬러야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수원 CJ블로썸 파크 개관식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4년 만이다. 아울러 경영 복귀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10년 제2도약 선언 이후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을 이끌어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글로벌 사업도 부진했다.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CJ그룹이 한동안 성장을 멈춘 것은 그의 부재 탓이 컸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작년 5월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모습을 드러내며 4년만에 공식적으로 경영복귀를 선언했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그는 경영 복귀와 함께 새로운 비전으로 '2030 월드베스트 CJ'를 내놨다. 2030년까지 3개 부문 이상에서 세계 1등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아울러 2020년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는 ‘그레이트 CJ'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두 비전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그룹 내부의 지배구조와 사업 재편이 필요했다. 외형보다 내실을 다져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구상이다. 최근 진행한 일련의 작업이 모두 이 연장선에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쟁력 있는 사업을 묶어 시너지를 내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비주력 사업의 매각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 지배구조 단순화…지주사에 힘 실어
지난해 말 CJ그룹은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생소한 '삼각합병'이라는 방법을 통해서다. 'CJ㈜→CJ제일제당→CJ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을 지주사 아래 수직관계로 두고 힘을 싣겠다는 복안이다.
CJ대한통운에는 CJ건설을 합병시켰다. 업계에서는 CJ그룹이 CJ제일제당을 기본 축으로 삼고, CJ대한통운의 역할을 키워 글로벌 시장 진출 준비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CJ그룹 내에서도 가장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가진 계열사다. 최근까지 전 세계 주요 거점의 현지업체들을 인수해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CJ그룹은 이를 십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도 식품은 물론 바이오 사업 투자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을 이 회장과 지주사인 CJ㈜가 총괄한다. CJ그룹이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배경에는 이런 뜻이 숨어있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강력한 추진 체계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부재했던 4년간 CJ그룹은 극심한 정체에 빠져있었다"며 "이 회장의 복귀를 기점으로 그동안 미뤄뒀던 각종 개편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부터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섬에 따라 각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 사업재편 시위 당겼다…콘텐츠 강화
지배구조 개편이 외형적 작업이라면 이번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은 내부 콘텐츠 개편 작업으로 볼 수 있다. CJ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글로벌 트렌드인 미디어와 커머스의 결합이 이번 합병의 주된 목적이다. 미국의 아마존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사업구조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CJ오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거점을 이용해 CJ E&M의 콘텐츠를 해외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CJ오쇼핑도 CJ E&M의 콘텐츠를 활용한 상품 제작 및 판매가 가능해진다. 여러모로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것이 CJ그룹의 판단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이번 합병은 내부적으로 오래전부터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 사업 재편 방향을 고민했고 그 첫 시작점으로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을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고 경쟁력을 배가할 방안을 오랜 시간 모색해왔다"면서 "이번 합병 건은 그런 고민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CJ그룹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사업 재편의 시위를 당긴 만큼 또 다른 계열사 간 합병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은 앞으로 철저하게 주력 사업에만 집중하는 방향이 재편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계열사 간 합병이나 M&A 등 관련 이슈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