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정재웅 기자] "사드때 대부분의 한국 식당이 망했어요. 그런데 그 집만은 살아남더라구요. 한번은 주인이 모습을 보이지 않아 종업원에게 물어봤더니 한국에 갔다더군요. 며칠 뒤 주인을 만나 한국에는 왜 갔냐고 물었더니 좋은 삼겹살 구하러 갔다왔다고 하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그 집이 왜 롱런하는지를"
중국 현지에서도 사드 후폭풍은 실제로 존재했다. 서부 내륙에 위치한 충칭에도 사드 후폭풍의 위력은 대단했다. 대부분 한국 식당들이 피해를 입었다. 베이징현대차 충칭공장을 바라보고 현지에서 개업한 식당들이었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현지 손님들은 한국 식당을 찾지 않았다. 한국어 간판만 보고도 사람들은 발길을 돌렸다.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한국식당의 비결을 살펴보면 남다른 측면이 있다. 평범을 넘어 중국인의 취향을 저격하거나 같은 값이면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필요했던 것.
이는 거시적 기업전략에도 적용된다. 충칭은 떠오르는 도시다. 현대차가 그동안 엄청난 공을 들여 충칭에 공장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일대일로의 시작점이자 서부 대개발의 중심이다. 이에따라 지금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충칭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충칭에서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기는 무척 힘들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존에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방법이 아닌 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일대일로 사업권, 韓기업엔 글쎄
충칭에는 약 150여 개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있다. 전체 한인 수는 약 2000여 명이다. 그나마 이 정도 규모를 갖추게 된 것도 최근이다. 베이징현대차 충칭공장이 준공되면서 협력업체들이 대거 동반 진출한 덕이다. 베이징현대차 진출 이전에는 한국타이어, 포스코, SK하이닉스 정도가 손에 꼽히는 한국 기업이었다. 하지만 충칭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많은 한국 기업들이 현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 때문이다. 충칭이 일대일로의 시작점인 만큼 각종 인프라 구축 등에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한국 기업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생각보다 무척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추진하는 교통 인프라 사업의 89%는 중국 기업들을 시공사로 선정,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영 코트라 충칭무역관장은 "일대일로 사업의 주요 사업들은 주로 중국 현지 기업들이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에서는 한국 기업들에게 투자를 독려하고는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실리를 챙기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 부족한 것을 노려라
충칭은 중국 내에서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다. 하지만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단계라 높아지는 소득 수준에 비해 여가 관련 콘텐츠들이 따라오지 못한다. 충칭 사람들 대부분 그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른바 소프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얘기다.
▲ 충칭은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만큼 관광, 식음료, 문화 등 콘텐츠 소비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충칭 시내 전경. [사진=정재웅 기자] |
박영규 코트라 충칭무역관 부관장은 "충칭에서도 뽀로로 그림이 그려진 스푼이나 캐릭터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며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무척 세련되고 고급으로 인식돼 큰 인기가 있다"고 밝혔다.
김재영 CJ푸드빌 충칭법인 총경리도 "충칭의 경우 건물이나 고속도로 등 하드웨어의 발전은 매우 빠르게 진헹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에 비해 각종 문화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적인 것들의 발전은 더디다. 한국 기업들이 충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밝혔다.
◇ 중국인 취향 저격하다
중국인들의 이런 수요를 적극적으로 노린 한국기업도 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가 대표적이다. CJ푸드빌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충칭에 뚜레쥬르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성공할 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충칭의 경우 여전히 대도시 만큼의 소비 수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뚜레쥬르의 콘셉트는 고급 식재료와 건강이었다. 따라서 가격이 베이징 뚜레쥬르에 맞춰져 있다. 충칭에서는 고가(高價)다.
그럼에도 CJ푸드빌은 고급 식재료와 건강을 중요시 한다는 본래의 매장 개설 원칙을 고수했다. 매장도 충칭 시내의 주요 쇼핑몰을 중심으로 개설했다. 현지인들의 음식 트렌드 파악에 나섰고 그에 맞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그 결과 CJ푸드빌은 충칭에 1호 매장을 연지 불과 1년여 만에 뚜레쥬르 매장 7개, 투썸플레이스 매장 2개를 열었다.
▲ 뚜레쥬르 충칭 1호점 내부 모습 [사진=정재웅 기자]. |
뚜레쥬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니즈를 읽었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CJ푸드빌은 중국의 왕홍(網紅)에서 유행하는 빵 트렌드를 살폈다. 마침 왕홍에서는 '짱짱바오(脏脏包)'라는 빵이 유행했다. 빵에 초콜릿 파우더를 입힌 것으로 먹고 나면 손이나 입 주변이 초콜릿으로 더러워지는 것을 일컬어 'dirty bread'로 불리는 제품이었다. CJ푸드빌에서는 이 제품을 자체 레시피로 개발해 종전 대비 반값에 출시했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 실패했던 '크림 코로네'도 현재 충칭에서는 효자 상품이다. 크림 코로네 안에 들어가는 크림의 맛에 현지인들이 매료됐다. 크림의 배합 비율을 중국 현지 업체들이 따라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 시장은 고스란히 뚜레쥬르가 가져가고 있다. 김재영 CJ푸드빌 충칭법인 총경리는 "소득이 올라가면서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건강한 음식을 찾는 수요가 많다"며 "말뿐인 현지화가 아닌 트렌드를 읽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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