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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이 시베리아철도 타는 까닭은

  • 2018.03.19(월) 16:58

러시아 페스코와 MOU…시베리아횡단철도 활용
아시아 거점 네트워크 구축 완료…유럽시장 겨냥


CJ대한통운이 다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는 러시아다. 그동안 아시아에 집중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이용해 유라시아 지역을 노린다. 이른바 '북방물류'를 뚫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유럽 진출을 위한 거점 마련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 아시아는 갖췄다

CJ대한통운은 CJ그룹 내에서도 인수·합병(M&A)에 가장 적극적인 계열사로 꼽힌다. CJ그룹엔 암흑기로 꼽히는 지난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만 총 6건의 크고 작은 M&A를 성공시켰다. 이를 통해 CJ대한통운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종합 물류 회사로서 입지를 다졌다.

CJ대한통운은 그동안 아시아와 중동지역에 집중했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기업을 인수했다. CJ그룹이 아시아 지역에 집중했던 이유는 이들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물류기업의 특성상 현지에 거점을 마련하지 못하면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통해 CJ대한통운은 아시아에서 중동지역까지 촘촘한 그물망 물류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었다. 아울러 인수한 현지업체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지난해 인수한 인도의 CJ다슬을 2021년까지 인도 1위 종합 물류 사업자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의 전략은 단순하지만 치밀하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거점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역의 업체들을 인수해 지역별 거점을 엮었다. 방향 상으로는 중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인도, 베트남 등을 거쳐 아랍에미리트(UAE)까지 이어지는 '서진(西進)' 정책을 펴왔다.

◇ 이제 시선은 유럽으로

지난 5년간 아시아 지역에 집중했던 CJ대한통운이 최근 방향을 선회했다. 그동안 보여줬던 M&A 방식도 아니다. 하지만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점진적으로 유럽시장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확인해줬다. 그 시작을 러시아로 잡았다. 러시아에서 시작해 유럽지역으로 거점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중국에서 시작해 UAE로 이어지는 아시아 물류 벨트를 만든 방식과 유사하다. 

CJ대한통운의 구상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대방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윤곽이 나온다. CJ대한통운과 전략적 협업 양해각서(MOU)를 맺은 러시아 페스코(FESCO)는 1880년 설립된 러시아의 대표적인 물류기업이다. 블라디보스톡 항만 최대주주이면서 러시아 최대 민간 컨테이너 선사이기도 하다. 철도와 항만, 해운 등 다양한 물류사업을 진행한다.

▲ 페스코의 시베리아횡단철도.

특히 주목할 점은 페스코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 극동지역 주요 내륙철도 운송업체라는 사실이다. 페스코는 화물기차만 1만7000대를 보유한 러시아 10대 화물기차 운용사다. CJ대한통운은 페스코와의 협력을 통해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대형 플랜트 건설이 집중되고 있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시베리아 등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등이 CJ대한통운의 최종 지향점은 아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시장은 유럽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이라며 "그동안은 거점 마련과 네트워크 구축 등 디테일한 사업이었다면 이번엔 유라시아 대륙을 겨냥한 좀 더 큰 규모의 사업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착착 진행되는 준비

CJ대한통운은 현재 오는 2020년 '글로벌 톱티어 물류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려둔 상태다. 지난 5년간 아시아 지역에 투자를 단행한 것도, 이번 제휴를 통해 궁극적으로 유럽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포석을 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2011년 CJ그룹에 편입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CJ그룹은 CJ대한통운을 국내에만 국한된 물류업체가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공격적인 M&A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기업 도약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 단위:억원

CJ대한통운의 실적은 적극적인 해외 M&A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641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작년 2356억원으로 뛰었다. 불과 5년만에 약 4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CJ대한통운의 해외 거점 중심 네트워크 확산 전략이 적중했다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기에 필요한 M&A를 단행한 것이 주효했다"며 "다른 경쟁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해외로 눈을 돌려 적극적으로 공략했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이며, 아시아 거점 확보에서 쌓은 경험이 향후 CJ대한통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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