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 대기업들의 분위기는 썰렁하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져 있어 흥행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잠복(앰부시) 마케팅에 대한 강력한 규제까지 겹쳐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방선거와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정치 일정까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의 경우 지난 2002년 월드컵부터 이어진 길거리 응원 열기가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텔레비전으로 월드컵을 시청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치맥 마케팅' 등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떨어지는 경기력에 마케팅 규제까지…사라진 특수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6월 14일)이 임박했지만 지금까지 국내 대기업들이 내놓은 월드컵 관련 마케팅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자동차와 코카콜라, 카스, 아디다스 등 공식 후원사를 중심으로 일부 프로모션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썰렁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그간 월드컵은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의 경우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특수'가 사실상 사라진 분위기다.
가장 큰 원인은 흥행 기대감이 낮아진 점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에다 조별리그 상대가 독일과 스웨덴, 멕시코 등 축구 강국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의 앰부시(매복) 마케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12일 북·미 정상회담과 13일 지방선거 등 대형 정치 행사가 월드컵 일정과 맞물린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 오비맥주 고동우 대표(가운데)와 카스 모델들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뒤집어버려’의 메시지를 담은 ‘카스 후레쉬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
◇ 거리응원 부진 예상…적극적인 편의점 업계
이번 월드컵에선 지난 2002년 월드컵부터 이어진 길거리 응원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카스 등이 일부 기업이 거리 응원전을 기획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보다는 분위기가 썰렁할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전망이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저녁 9시와 11시, 12시 등 늦게 열린다는 점도 거리 응원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도 주로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시청하는 소비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치킨 등 안주류와 주류 관련 업체들, 편의점 업체들이 월드컵 마케팅의 명맥을 그나마 이어나가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치킨 업계 1위 교촌치킨은 예선 세 경기의 스코어를 예측하는 이벤트를 마련했고, 롯데주류의 경우 피츠 스페셜 패키지를 한정 출시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카스는 차범근 전 감독과 안정환 전 국가대표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뒤집어버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붙인 월드컵 패키지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유통사 중에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편의점 업체들이 적극적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CU의 경우 6월 한 달간 주요 경기가 열리는 시간대인 오후 6~9시에 일부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야식 상품을 30% 할인해준다. GS25 역시 일부 신용카드로 수입 맥주 8캔을 결제하면 5000원을 캐시백으로 돌려주고 안주류에 대해서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치맥이나 편의점 매출의 경우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과 비슷하거나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평소보다는 낫겠지만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할 만큼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