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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바디프랜드, 품격과 갑질 사이

  • 2018.08.29(수) 18:04

바디프랜드, '허위사실 유포' 등 직원 내부 징계
박상현 대표 "같은 곳 바라봐야…아니면 떠나라"

국내 안마의자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바디프랜드가 최근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고 있습니다. 요즘 여러 기업에서 문제가 되는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건데요.
 
흔히 갑질이라고 하면 '을'인 상대방에 대한 욕설이나 폭행 등을 떠올릴 텐데, 바디프랜드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바디프랜드는 '건강을 디자인하다'라는 문구를 경영철학이자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있는데요. 

 

회사가 직원들에게 경영철학인 건강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강제성이 지나치다 보니 '신종 갑질'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지난 4월 한 보도를 통해 바디프랜드의 '신종 갑질'이 처음 알려졌습니다. 내부 직원들이 작성한 실태조사가 유출된 건데요.

이 문건에는 '체중이 많다고 엘리베이터 사용을 제한받았다'라거나 '간식을 뺏어 다른 직원에게 줬다'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졌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합니다. 조사 대상의 45%가 이런 일을 당하거나 목격했다고 답했으니 직원들의 체중과 건강을 관리하려는 분위기가 있긴 했나 봅니다.

얼마 뒤 바디프랜드는 또 한 번 비슷한 갑질 논란에 휘말렸는데요. 전 직원을 상대로 건강증진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동의서를 받았다는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바디프랜드는 '자발적인 참여'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강요했다'고 주장한 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내부 문건의 외부 유출자 등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는 소식이 알려져 다시 구설에 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징계 직후 바디프랜드의 박상현 대표가 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도 알려졌는데요. 내부 문건을 유출하면 안 된다는 이메일이 유출됐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박 대표는 직원들에게 장문의 글을 써서 보냈는데요. 그는 "우리는 아직 바람 앞에 흔들리는 중소기업"이라며 "이런 중요한 시점에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입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소중한 내부 문건과 왜곡된 정보를 외부인과 언론에 유출해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일거에 훼손했다"며 일부 직원들을 질타했습니다.

 

▲ 바디프랜드 본사 전경.

직원 징계 소식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해사 행위를 한 직원들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관용을 베푼다는 마음으로 총 11명에 대해 징계를 단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직원들은 정직과 감봉, 견책, 서면 경고 등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박 대표는 회사에 문제가 있다면 내부에서 해결하자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견이 있는 부분은 치열하게 논쟁해 간극을 좁히는 것이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회사가 추구하는 기본 가치인 '건강한 품격'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중한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고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에 대해 우리 모두 단호히 대처해 나가자"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일부 언론에서는 회사 내부의 잘못된 점을 언론에 제보하는 이른바 '공익제보자'를 색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바디프랜드는 언론 제보자가 아닌 내부에서 다른 직원들을 욕하는 등 분란을 일으킨 이들을 징계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언론에 제보했던 직원을 찾아낸 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기업 내부에서 허위 사실 등을 유포하며 분란을 일으키는 직원이라면 내부적으로 징계 등을 통해 질서를 잡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는 합니다. 회사를 이끄는 대표의 입장에서도 자꾸 내부 분란이 커지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클 것도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그간 갑질 논란이나 이번 징계 사건, 그리고 박 대표의 이메일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강요'의 분위기입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아무래도 헬스케어 그룹이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건강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하는데요. 의도는 좋지만 살을 빼라고 하거나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가입하라는 등의 지나친 '강요'가 일부 직원들의 반발을 샀을 겁니다.

박 대표의 이메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박 대표의 이메일에서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는데요. 직원들을 형제, 자매, 가족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가족 같은 직원들에게 "회사의 기본 가치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가족, 동료를 위해 떠나라.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요즘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과한 충성심을 요구하면 어김없이 갑질 논란이 불거집니다. 회장님 앞에서 장기자랑을 하거나 해병대와 같은 수준의 신입 연수를 하면 꼭 뒷말이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점차 획일화한 조직 문화보다는 '건강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직을 바라고 있습니다. 마치 생물학적 다양성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죠.

안마의자는 흔히 '효도 선물'이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그런 만큼 기업의 이미지도 중요합니다. 박 대표 역시 최근 논란으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바디프랜드는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면서 누구나 아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을 일구면서 2013년 800억원에도 못 미치던 매출이 작년엔 4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브랜드 고급화를 위해 최고급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와 제휴를 맺기도 했고, 최근엔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몸값이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스스로 '아직 바람 앞에 흔들리는 중소기업'이라고 표혔했지만 덩치나 상징성 측면에선 이미 국내 대표 성공기업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는 건데요. 그만큼 바디프랜드 자체의 브랜드 가치는 물론 사회적인 가치도 함께 고민할 시점에 이른 겁니다.     

회사를 생각하는 박 대표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조직을 다잡는 '방식'에 대해선 한 번쯤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건데요. 기강을 잡겠다며 내부 징계를 추진하고, 직원들을 추스르고자 단체 이메일까지 보냈는데 이게 또 논란이 된 이유가 분명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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