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원희목(사진) 전 회장을 새로운 협회장으로 재추대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선 원 전 회장이 제약업계를 잘 아는 인물인 데다 정부 대관 능력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산적한 과제를 잘 해결할 적임자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원 전 회장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 국회의원과 기관장을 지내면서 전 정권 인사로 꼽히는 만큼 현 정권에선 여러모로 핸디캡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원 전 회장은 특히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이어서 박근혜 라인이란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그가 지난해 3월 제약협회장으로 취임했다가 올해 초 중도사퇴한 이유 역시 이런 전력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업계에서조차 굳이 왜 다시 원희목이냐는 불만도 만만찮다.
◇ 제약협회, 우여곡절 끝 결국 원희목 재추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6일 이사장단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원 전 회장을 제21대 회장에 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 전 회장은 "향후 이사회 선임 절차를 밟아 만약 회장직을 맡게 되면 남은 재임 동안 제약바이오산업이 국가 성장동력으로 발전해가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협회는 "그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던 만큼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데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추대 과정에서 유한양행과 GC녹십자, 대웅제약 등 이사장단간 의견차가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한 언급이다.
그러나 협회가 새 회장을 추대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협회장직 공석이 10개월간 이어지도록 회원사 간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에서 업계의 고민이 드러난다. 실제로 지난 8월 이사장단이 후보를 무기명 추천한 이후 수차례 논의를 거듭했지만 지난달까지도 파행이 이어졌다.
이후 새 협회장 추대를 위한 이사장단 회의를 11월로 정하자 원 전 회장의 복귀를 염두에 둔 맞춤형 일정이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원 전 회장은 지난 1월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제한에 걸려 중도 사퇴했는데, 제한기간이 11월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선 일단 원 전 회장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전반의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협회장 공백이 너무 길었던 데다 원 전 회장이 제약업계를 잘 아는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
◇ '박근혜 꼬리표' 굳이 왜 다시? 불만도
하지만 각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원 전 회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인사로 꼽히는 만큼 정부와 관계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원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보건의료본부장을 거쳐 이후 복지부 산하기관장을 역임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초 원 전 회장이 처음 제약협회장으로 취임할 당시에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일부 제약사들은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취임을 반대하기도 했고,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원 전 회장이 올해 1월 중도사퇴할 때도 해석이 분분했다. 표면적으론 지난 2008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발의했던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결국 정치적 배경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많았다.
원 전 회장은 당시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제한 결정에 반발해 행정소송도 검토했지만 고민 끝에 자진사퇴를 결정한 바 있다. 그는 "사업자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이 정부와 다툼을 벌이는 것은 단체에 이롭지 않으며, 조직에 누를 끼치면서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반대하는 회원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우여곡절도 있었다"면서 "다만 어쨌든 이사장단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만큼 앞으로는 업체 간 이견을 좁히고 정부나 정치권과 잘 소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