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주력 사업군인 유통부문이 새해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다소 조용했던 기존 행보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온라인 부문에 역량을 집중키로 한 전략이 눈에 띈다. 아울러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등 롯데가 추구하는 '옴니채널'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 더는 뒤처지지 않겠다
롯데는 국내 유통 1위 기업이다. 오랜 기간 유통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그런 만큼 롯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채널과 방대한 고객 데이터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최근 롯데의 모습은 유통 1위 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과거엔 유통부문의 성장을 기반으로 했다면 지금은 유통에 화학 등이 더해졌다. 상대적으로 보면 그만큼 유통의 비중과 중요성이 줄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롯데의 화학부문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8.1%에서 2017년 24.7%까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매·유통 부문의 매출 비중은 41.4%에서 31.3%로 감소했다. 화학부문의 경우 해외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롯데 내부에서도 주목받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그 사이 경쟁사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신세계는 그룹 차원에서 일찌감치 온라인 사업에 방점을 찍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미리 대응에 나선 것이다. 반면 롯데는 신세계가 온라인 사업을 통합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때도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얽히고설킨 내부사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롯데의 유통부문도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 유통부문의 주요 계열사 CEO들을 대부분 유임시켰다. 현 경영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한 온라인 사업 강화 등에 더 속도를 내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잃어버린 '1등 본능'을 되찾으라는 특명이기도 하다.
◇ 실체 드러나는 '온라인 강화'
롯데는 작년 5월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사업 통합을 선언했다.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시기적으론 많이 늦었다. 그래서일까. 롯데는 온라인 사업에 3조원을 투입해 오는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오는 2020년까지 하나의 쇼핑앱으로 롯데 유통사의 모든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IT인력도 400명 더 충원했다.
지난해는 이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단계였다. 조직을 꾸리고 인력을 채웠으니 이제는 실행할 단계다. 롯데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려는 방안들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각 아이템을 하나씩 실현하기 시작했다. 업계는 롯데의 이런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가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지고 있는 막강한 힘을 고려한다면 온라인에서도 단기간 내 성과를 낼 가능성이 충분해서다.
▲ 소비자가 휴대폰을 이용해 '모게요' 앱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실제로 최근 결과물들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본부가 선보인 뷰티 정보 공유 플랫폼 '모게요(mogEYo)' 앱이 대표적이다. '모게요' 앱에선 실제로 뷰티 상품을 쓰는 사용자와 의견 교환은 물론 상품 구매도 가능하다. SNS와 온라인몰의 기능을 결합한 신개념 쇼핑앱이다. 앱 사용자가 직접 상품을 추천하는 '궁금해요' 서비스도 장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슈퍼는 온라인 배송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현재 국내 대형마트와 슈퍼 중 가장 빠른 3시간 배송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국에 온라인 배송 전용센터인 '롯데프레시센터'를 설치한 덕분이다. 지난해 수도권을 시작으로 광주, 천안아산, 청주, 울산, 부산 등으로 확대해 전국적인 온라인 전용 배송망을 갖추면서 지방 소비자들도 3시간 배송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선보인다
온라인 강화와 더불어 오프라인 부문에선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롯데는 기본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구현이 가장 큰 목표다. 따라서 유통사업의 근간인 오프라인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옴니채널 구현은 묘연해진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 확보와 함께 상품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기흥프리미엄아울렛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나이키 팩토리 아울렛' 매장을 오픈했다. 해외 직구족들을 잡기 위해서다. 롯데의 전략은 통했다. '나이키 팩토리 아울렛'은 오픈 한달 만에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능성을 확인한 롯데는 이천프리미엄아울렛에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나이키 클리어런스 스토어'도 열었다. 나이키의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를 국내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매장이다.
▲ 기흥프리미엄아울렛에 오픈한 '나이키 팩토리 아울렛' 내부 모습. |
롯데마트와 롭스의 경우 독일 드럭스토어 1위인 dm의 헬스&뷰티 전문 PB 브랜드 '발레아(Balea)'를 들여왔다. '발레아'는 탁월한 품질과 가성비로 글로벌 브랜드 '니베아'와 더불어 독일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통해 잘 알려진 브랜드다. 그동안은 국내에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롯데 주요 유통계열사의 온·오프매장에서 살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롯데 유통부문이 경쟁사들과 비교해 전략이나 투자 측면에서 여러모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롯데는 국내 유통 1위인 만큼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와 각종 채널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들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역량을 유통부문에 집중한다면 일부에서 뒤처진 부분을 만회하는 것은 물론 더 큰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