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는 침체기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곳은 더욱 어렵다. 소비자들이 찾지 않아서다. 온라인 쇼핑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유통업체 중 소위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곳들이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 타깃을 제대로 찍었다
이마트는 최근 두 번째 화장품 브랜드인 '스톤브릭(Stone Brick)'을 론칭했다. 10·20대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스톤브릭'은 기존 화장품과는 다른 콘셉트와 형태를 주무기로 내세웠다. 조립완구인 '레고'를 연상시키는 '브릭'형태로 립스틱 등 화장품을 '팔레트'에 붙여서 다닐 수 있다. 브릭 형태여서 여러 종류의 립스틱을 한꺼번에 가지고 다닐 수도 있다.
'스톤브릭'은 색조 화장품에 중점을 뒀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참신한 모양, 색감으로 주 타깃층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10·20대 여성들이 색조 화장에 관심이 많은 것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이 통해서일까. 첫 매장을 오픈한 지 한달여 만에 스톤브릭의 매출은 계획대비 2.7배를 넘어섰다. 실제로 구매고객의 70%가 20대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읽은 결과다.
최근 오픈한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도 타깃을 잘 파악한 사례다. 이마트는 지난 14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을 열었다. 이마트가 트레이더스를 론칭한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 매장을 연 건 이 지역에 창고형 대형 할인 매장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서울 강북 6구와 경기 남양주, 의정부, 구리 등의 수요를 모두 흡수할 수 있다.
실제로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오픈 이후 6일 만에 매출액이 목표대비 2배가 넘는 75억원을 기록했다. 방문객 수는 20만명, 구매 고객 수는 7만5000명에 달했다. 오픈 후 첫 주말이던 지난 16일 매출은 트레이더스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이마트는 "3㎞ 이내 핵심 상권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원거리 고객인 전략(3~5㎞) 및 광역상권(5~7㎞)고객 방문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원하는 것을 주다
고객들의 휴식에 대한 니즈를 파악해 큰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 롯데는 작년 12월 경기도 용인 기흥에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을 오픈했다. 롯데는 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의 콘셉트를 '자연을 담은 쇼핑 놀이터'로 잡았다. 기존 상업형 아울렛과는 달리 가족들이 함께 방문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롯데가 이런 콘셉트를 잡은 이유는 용인과 기흥지역의 쇼핑 수요가 크고, 주변에 잠재 고객이 많은데도 가족들이 휴식을 즐길만한 시설이나 공간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롯데는 "동탄 신도시 조성으로 소비 여력이 큰 30~40대 고객들이 많아진 반면 생활 수준 대비 상업시설이 부족했던 부분의 갈증이 있는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롯데의 이런 예상은 적중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은 오픈 100일간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기간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을 찾은 고객 수는 200만명으로 하루에 2만명꼴로 방문한 셈이다. 일 매출도 10억원 이상 거뒀다. 기존 아울렛 매장들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기흥점 방문 고객의 대다수는 용인·화성·수원 고객들로 전체 매출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매출 중 유아동 브랜드 매출 구성비가 기존 아울렛 대비 10%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숲모험놀이터’의 경우 주말 일평균 2000여명 이상이 이용했다. 롯데가 계획했던 '쇼핑과 휴식'이라는 콘셉트가 고객들에게 통했던 셈이다.
◇ '취향저격' 프로모션도
유통업체들이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이를 실제로 반영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프로모션이다. 일정 기간동안 특정 상품을 기획해 프로모션으로 선봬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오프라인 위주의 매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다. 하지만 고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지 못하면 공들인 프로모션이 수포가 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최근 홈플러스는 '고기 대방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들이 주로 구매하는 품목 중 하나인 육류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선식품에 강점을 가진 대형마트의 장점을 십분 살린 행사다. 그 결과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1차에 이어 2차 '고기 대방출' 행사를 열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1차 ‘고기 대방출’ 기획전을 실시한 결과 전국 축산 매출이 전년대비 8% 이상 늘었다. 이 기간 마리당 2000원 이하 가격에 판매했던 닭고기는 6만여 마리가 팔리면서 매출이 전년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양념육은 53%, 수입육은 11% 이상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국내산 돈육은 평소 2배인 60톤이 판매됐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니즈를 얼마나 제대로, 제때 파악하느냐는 유통업체들이 늘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니즈를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행하기엔 현실적으로 제약사항이 많다. 최근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불황 타개를 위해 과감한 시도에 나서면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