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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신라면 건면, 꽉 찬 가벼움을 담다

  • 2019.03.28(목) 10:36

농심 라면개발실 김재욱 차장·신봉직 과장 인터뷰
2년 전에 건면 개발 본격화…스프도 면도 '차별화'

라면은 사랑이다. 그러나 라면은 또한 죄책감이다. 라면은 언제 끓여 먹어도 만족스럽지만 다 먹은 후엔 꼭 죄책감이 밀려온다. 살진 몸에 대한 죄책감, 다이어트를 결심했던 마음에 대한 죄책감이다. 라면은 더욱이 밤늦은 시간이면 더 매력적이다. 그래서 더 힘들다. 도대체 어떻게 라면을 뿌리칠 수 있을까.

아니다. 라면을 뿌리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살 안 찌는 라면은 없을까. 있단다. 바로 건면이다. 기존 라면은 기름에 튀긴 유탕면이라면, 건면은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면을 쓴다. 물론 살이 전혀 안 찌지는 않겠지만 조금 덜 찌리라는 희망을 준다. 다만 안타깝게도 건면은 너무(?) 가볍고 깔끔하다. 라면이란 자고로 면과 국물에 기름기가 흘러야 제맛이 아닌가. 마치 고깃국의 그것처럼 '무게감'이 있어야 한 끼 제대로 먹었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결국 다시 유탕면이다. 악순환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악순환에 빠져 있던 중 눈이 번쩍 뜨이는 얘기를 들었다. 신라면을 건면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신라면이라면 얼큰한 소고기 장국의 매운맛을 구현한 스테디셀러 아닌가. 최고의 맛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배신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런 신라면이 건면으로 나왔다니, 그것도 칼로리를 한껏 낮춰서 말이다. '사랑스러운' 맛을 즐기면서 죄책감까지 덜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끓여 먹어본 '신라면 건면'에서는 기대했던 그 맛이 났다. '익숙한' 신라면의 꽉 찬 맛이다. 그러면서도 면발은 가벼웠다. 딱 건면이었다. 만족스러운 한 끼를 해결하고 나니 궁금증이 밀려왔다. 혹시 면만 바뀐 건가. 그렇다면 이걸 왜 이제야 내놓은 걸까. 2년 동안 만들었다는데. 그래서 결심했다. 신라면 건면을 만든 이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농심 라면개발실 소속 김재욱(왼쪽) 스프개발팀 차장과 신봉직 면개발팀 과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 22일 서울 신대방동 농심 본사에서 신라면 건면 개발자들을 기다렸다. 두 명이 인터뷰에 응하기로 돼 있었다. 라면개발실 소속 김재욱 스프개발팀 차장과 신봉직 면개발팀 과장이다. 굳이 두 명이 나서는 이유는 '신라면 건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면과 스프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야 해서'라는 게 농심 측 설명이다.

먼저 면을 만들었다는 신봉직 과장부터 나타났다. '신라면 건면'이 기존 신라면과 가장 다른 점이 바로 면이라고 느꼈던 터라 반갑게 그를 맞았다. 면을 개발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는지,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는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다소 싱거웠다. 건면은 오래전부터 계속 개발해왔고, 신라면 건면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에도 일상적인 작업을 반복해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라면 건면의 개발 기간은 2년이다. 지난 2017년 신라면 출시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신라면 제품을 만들자는 기획이 나왔고 이후 제품 개발을 본격화했다.

신 과장은 "신라면 건면의 경우 건면만의 특징을 살리는 쪽으로 가다 보니까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며 "건면 제품도 유탕면과 같은 식감을 낼 수 있긴 하지만 신라면 건면의 경우 기존 신라면의 존재감이 커 차별화를 위해선 건면대로의 식감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신 과장은 그러면서 이번 제품은 오히려 스프 개발이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공을 김재욱 차장에게 돌렸다. "기름이 없는 면으로 신라면의 풍부한 맛을 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신 과장의 설명이다.

그리고 때마침 김 차장이 들어섰다. 그 역시 앉자마자 비슷한 얘기를 했다. 김 차장은 "신라면 건면의 경우 면이 먼저 거의 정해진 상태에서 스프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라면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가는 건면인 탓에 부담이 엄청났다"며 "잘 안되면 브랜드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개발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소개했다.

신라면과 '비슷한' 맛이 나는데 스프 개발이 어려웠다니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김 차장에게 다소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졌다. '신라면 건면을 먹어보니 스프는 기존 신라면과 같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맛이 나더라'는 질문이었다.

그러자 김 차장은 억울해했다. 신라면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말하자면 '새로운 신라면', '세련된 신라면'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절묘한' 맛을 내기 위해 스프 역시 기존 신라면과는 달라야 했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 차장은 그러면서 "신라면 건면에 기존 신라면 스프를 넣고 한 번 끓여드셔보라"고 했다. 맛이 확실히 다를 거라고 했다. 그는 기존 신라면의 경우 튀긴 면에서 나오는 기름이 매운맛을 중화해주는 특징이 있는데, 건면의 경우 기름이 없는 상태에서 비슷한 맛을 내야 하는 탓에 스프 성분의 함량이나 조성에 많은 변동을 줬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신라면 건면은 유탕면과 유사한 '바디감'을 만들기 위해 유성스프(야채 조미유) 등으로 맛을 보강하기도 했다"며 "신라면의 핵심적인 맛은 유지하면서, 깔끔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꽉찬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유탕면의 속이 꽉차는 느낌을 주면서도 칼로리라는 '죄책감'을 줄인 바로 그 맛이다. 결국 김 차장의 '성화'에 신라면 건면에 기존 신라면 스프를 넣어 끓여 먹어 보기로 약속했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건면은 출시 40일 만에 1000만 개 이상 팔리며 말 그대로 '대히트'를 치고 있다. 제품을 개발하면서 이런 인기를 예상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두 개발자의 대답에서 제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신 과장은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면서도 "신라면 건면이 새로운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면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만큼 그에 맞춰 신라면 건면이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의 경우 "기존 신라면은 한 달에 4000만 개 정도 팔린다"며 "신라면 건면의 인기가 아주 큰 성공이라기보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순항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공들인 제품인 만큼 지금보다 더 잘 팔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 차장은 그러면서 신라면 건면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가성비'를 꼽기도 했다. 그는 "경쟁사 건면 제품의 경우 프리미엄을 표방해 1500원 안팎으로 팔리는데, 신라면 건면은 기존 유탕면 소비자층도 찾을 수 있도록 1000원으로 책정했다"며 "가성비에도 신경을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마지막으로 신라면 건면을 맛있게 먹는 레시피가 따로 있는지 물었다. 이럴 때 대부분의 라면 개발자들은 '레시피대로'라고 말한다. 물론 그게 '정답'이겠지만 이번에는 달랐으면 했다.

김 차장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푹 퍼진 게 먹고 싶을 때는 라면을 5분 정도 삶고, 꼬들꼬들한 면이 생각나면 4분 10초 정도 삶는다고 한다. 신라면 건면의 기본 레시피는 면을 4분 30초 삶는 거다. 김 차장은 '걸쭉'하게 먹고 싶을 떄는 계란을 넣어서 먹는다고 했다.

신 과장의 경우 "신라면과 어울리는 재료는 다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신라면에도, 신라면 건면에도 파와 계란을 넣어서 먹는다고 했다. 우문현답, 국민라면으로 자리매김한 신라면과 신라면 건면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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