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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핫이슈 블루보틀, 스타벅스 흔들까

  • 2019.05.09(목) 16:01

성수동 1호점 관심 집중…'스페셜티 문화' 확산 이끌까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커피업계의 애플, '제3의 물결'.

잠잠하던 국내 커피시장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첫 국내 매장 오픈을 앞두고 일부 고객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이후에도 평균 3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긴 줄이 종일 이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고 합니다.

커피업계 '애플' 혹은 '제3의 물결'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블루보틀 이야기입니다. 블루보틀이 국내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국내 커피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스타벅스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블루보틀이 어떻길래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는 걸까요. 정말 블루보틀이 국내 커피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요.

블루보틀은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이 지난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호점을 열면서 출발했습니다. 친구 집 차고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의 '차고 창업'과 닮았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블루보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리스타가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준다는 점입니다. 기존 커피전문점들은 자동화된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커피를 내리는 반면 블루보틀의 경우 조금 느리더라도 커피 맛을 제대로 내겠다면서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블루보틀 성수점 내부. (사진=블루보틀커피코리아 제공.)

싱글 오리진 드립 커피를 내세운다는 점도 주요 특징입니다. 대부분 커피전문점은 대중적이고 균일화한 맛을 내기 위해 여러 품종을 섞는 블렌딩 원두를 쓰는데요. 반면 블루보틀은 단일 생산자가 특정지역에서 재배한 원두인 '싱글 오리진'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기존 시장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관행을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마니아층을 만들어온 덕분에 '커피업계 애플'로 불리고 있는 겁니다.

'원칙'을 지키려다 보니 매장 수를 늘리는 것도 굉장히 느립니다. 현재 블루보틀이 세계적으로 보유한 매장은 성수점을 포함해 71개에 불과합니다. 미국에 57개 매장이 있고, 지난 2015년 진출한 일본에 13개의 매장이 있습니다. 명성(?)에 비해선 턱없이 작은 숫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매장 숫자가 많지 않은데도 세계 최대 식음료 회사인 네슬레가 지난 2017년 블루보틀의 지분 68%를 무려 4억2500만 달러(약 4900억원)에 인수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블루보틀의 매장은 50여 개에 불과했는데 말이죠.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이는 커피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의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커피업계엔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네슬레의 네스카페로 대표되던 인스턴트 커피가 '제1의 물결'이었다면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커피가 '제2의 물결'이고,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가 '제3의 물결'이라는 겁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스페셜티 커피란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인증받은 최고급 생두로 만든 커피를 말합니다. 단순히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에 빠르고 균일한 맛을 내는 커피가 아닌 '천천히' 원두 본연의 맛을 느끼는 커피문화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트렌드의 대표주자 중 하나가 바로 '블루보틀'이라는 겁니다.

커피업계 1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네슬레가 블루보틀을 인수한 건 이런 이유에서 였을 겁니다. 커피시장의 미래로 블루보틀을 지목한 거죠.

블루보틀을 스타벅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꼽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실 규모로만 따져 보면 전 세계적으로 2만 8000여 개의 매장을 거느린 스타벅스와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블루보틀이 정말 제3의 물결을 이끈다고 가정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블루보틀 성수점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열광'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는데요.

다만 3~4시간 동안 줄을 서가며 블루보틀 커피를 마시려는 이들이 전부 '스페셜티' 문화를 원했다고 보기는 조금 어려울 듯합니다.

일본이나 미국에 가야만 볼 수 있던 블루보틀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가 이슈가 되다 보니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고 보는 분석이 더 합리적입니다. 마치 지난 2016년 쉑쉑버거가 처음 국내에 진출할 당시 엄청난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말이죠. 어느 분야에서든 '열풍'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사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와 커피가 갖고 있는 세련되고 독특한 이미지를 소비하려는 이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오픈한 스타벅스 더종로점.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블루보틀이 스타벅스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국내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문화를 주도한 스타벅스처럼 블루보틀이 '새로운 커피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건데요.

실제로 스타벅스는 커피업계 '제2의 물결'을 이끈 대표주자입니다. 지난 1999년 국내에 진출한 뒤 커피문화 자체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다방커피'나 믹스커피에 익숙하던 소비자들에게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한 커피를 소개하고, 쓴 커피로만 여겨지던 아메리카노를 '대세'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 커피시장에선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15~20%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과연 국내 커피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이런 관점에서 블루보틀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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