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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배민은 정말 '갓끈'만 고쳐맸나

  • 2019.07.09(화) 14:38

배민 VS 요기요 '배민장부' 둘러싸고 공방
요기요 "데이터 유출 우려"…배민 "절대 못본다"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양대 강자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때아닌 '장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자영업자 매출 관리서비스인 '배민장부' 때문입니다. 전쟁의 빌미는 배민이 제공했습니다. 업주들이 배민장부를 이용하려면 요기요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한 것이 발단입니다.

배민장부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간편하게 매출 현황 및 내역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무료 서비스입니다. 지난 1월 론칭했습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된 매출 현황을 정기적인 알림 문자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배민은 최근 배민 장부의 기능을 확대했습니다. 오프라인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매출은 물론 배달의민족 이외 주요 배달 앱을 통한 매출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배민장부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업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하지만 대략적으로나마 하루 매출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유용한 서비스임은 확실합니다. 배민장부의 기능 확대는 배민을 이용하는 업주들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는 조치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문제는 배민이 업주들에게 경쟁업체 매출 관리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요기요는 이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배민도 할 말은 있습니다. 배민은 "배달의민족뿐 아니라 여타 주요 배달 앱을 통한 매출 정보도 한 곳에서 일목요연하게 통합 관리하고 싶다는 음식점 업주들의 요청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업주 입장에서는 배민 따로 요기요 따로 매출을 확인하는 것보다 이를 통합해 한 번에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무척 편할 겁니다. 이를 위해 배민은 최근 배민장부를 이용하는 업주를 대상으로 '개인정보처리방침'의 변경을 고지했습니다. 배달의민족 매출 정보는 물론 다른 배달 앱을 통한 매출 정보, 오프라인 카드 매출 정보를 연계하려면 각각 여신금융협회 아이디와 패스워드 등의 수집, 이용이 필요해서입니다.

업주가 이에 동의하면 배민은 배민장부를 통해 요기요 등 다른 배달앱을 통해 발생한 매출까지 합산해 제공하는 겁니다. 이렇게만 본다면 배민의 서비스 확대는 분명히 업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배민이 일을 진행했던 방식에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충분히 오해를 살만했기 때문입니다.

배민은 업주들이 배민장부를 이용해 요기요 매출까지 합산하는 서비스를 받으려면 요기요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반드시' 입력토록 했습니다. 이후 논란이 일자 '선택 항목'으로 바꾸기는 했지만 의심을 받을만한 행동임은 분명합니다. 배민은 "요기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필수' 항목으로 한 건 착오였다"면서 "7월 초 서비스 시작 후 점검 과정에서 발견해 곧바로 '선택' 항목으로 변경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배민장부에서 요기요의 매출까지 관리해주기를 원하는 업주들에게 정보만 제공할 뿐 배민은 해당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배민장부를 통한 요기요 매출 정보 통합관리는 선택사항일 뿐 이를 선택하지 않아도 배민장부를 이용하는 데 있어 전혀 불이익은 없다는 것이 배민 측 입장입니다. 철저히 '선택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반면 요기요의 생각은 다릅니다. 요기요는 지난 8일 오후 늦게 갑작스럽게 입장 자료를 냈습니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겁니다. 요기요는 "요기요 사장님 사이트 내에는 업주들의 주문, 매출 정보뿐 아니라 매장운영 관련 다양한 종류의 정보와 요기요의 운영 노하우를 알 수 있는 정보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면서 배민 측이 어떤 식으로든 이 정보를 입수,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요기요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배민장부 서비스는 요기요의 서비스가 아닌 만큼 요기요의 관리 감독 영역이 아니다"라면서 "이곳에서 오가는 정보의 보안과 안정성을 요기요가 책임질 수 없어 혹시라도 정보 보안 관련 문제 발생 시 요기요에서 해결 방법이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요기요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발입니다. 자칫 자신들의 주요 정보가 경쟁사에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 배달 앱 업체들의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소비자들의 외식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서입니다. 1, 2인 가구 증가 등에 따라 이젠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편하게 휴대전화 앱으로 전국 맛집의 음식들을 손쉽게 배달해 먹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배달 수요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국내 유통시장에서 가장 핫한 시장이기도 합니다.

업계에서는 배민과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을 약 6대 4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합니다. 배민이 앞서고 요기요가 뒤를 쫓는 형국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 앱 업체들은 상대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무척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요기요가 이번 건과 관련해 강한 반발과 함께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배달 앱 업체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이번 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기요의 우려처럼 배민이 요기요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요기요가 우려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배민이 배민장부를 통해 요기요의 데이터를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배민이 뜬금없이 요기요를 겨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숨은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죠. 외형상 요기요의 데이터를 가져갈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반드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의심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요기요가 어필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합니다. 배민의 '실수'가 덧붙여지면서 이런 의혹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일이 실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해프닝으로 끝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두 업체가 동반성장을 모색하기보다는 서로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모습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 속담에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민은 정말 갓끈만 고쳐맨 것일까요? 아니면 진짜 속내는 열매를 따려는 것일까요? 무척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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