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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쿠팡과 다이소, 롯데를 위한 변명

  • 2019.07.25(목) 10:21

불매운동의 그림자…'선택과 집중' 필요

네티즌 사이에서 쓰이고 있는 일본 불매운동 로고.

전쟁이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고, 한국에선 소비자들이 앞장서서 불매운동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규제 품목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국내에선 불매운동의 강도와 범위가 일파만파 커지는 분위기다. 일부 네티즌들을 넘어 일반 소비자들이 움직이고, 자영업자와 기업, 지자체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고, 대표적인 일본 기업으로 꼽히는 유니클로의 경우 매장에 파리가 날리고 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양측의 공세는 단순한 기싸움이 아니다. 서로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로 공격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부랴부랴 일본으로 건너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쟁에서 최고의 전략은 상대방에겐 치명타를 가하면서도 자신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희생을 각오하고 싸우되, 죽지는 않아야 하며 가급적이면 상처도 덜 입는 게 좋다. 그러려면 묻지마 식으로 무작정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전의'와 '투지'만 강조하다 보면 불필요한 희생만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치밀한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은 정부 주도로 '치밀하게' 공세를 준비한 탓인지 우리나라 산업의 핵심을 찔렀다. 우리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무기화했다. 만약 효과가 약하다 싶으면 규제 품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에 따른 일본 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하지만 상대방의 치명적인 약점을 공략하면서 자신의 희생은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먼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산을 대체할 방안을 찾고 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지만 성공할 경우 일본엔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다. 불매운동의 경우 일본 여행 안가기가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아사히나 삿포로 등 일본 맥주를 마시지 않거나 유니클로 불매 역시 일본 대표 기업들에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일본기업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른 쿠팡의 해명자료.

반면 무차별적인 불매운동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금이라도 일본과 관련이 있으면 사지도 말고 먹지도 말자는 움직임이다. 국내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본 선술집에 가지 않는다거나 일본 자본이 투자한 기업들을 이른바 '불매운동 리스트'에 줄줄이 올리는 식이다. 일본산 재료나 소재를 쓴 제품을 만드는 국내 기업들도 '불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일본의 도발에 맞선 전방위적인 맞대응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전선(戰線)을 무작정 확대하다 보면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촉발하거나 되려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등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가령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일본 기업 리스트에 오른 쿠팡의 경우를 보자. 쿠팡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실질적인 최대주주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실 쿠팡에 투입된 자본은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에서 나왔다. 손 회장이 주도해 만들긴 했지만 이 펀드에는 아랍계 자산가들의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쿠팡을 창업한 건 김범석 대표며, 국내에서 설립돼 국내에 기반을 두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다이소 역시 일본 기업으로 보긴 어렵다. 다이소의 최대주주는 한국 기업인 아성HMP로 지분을 50.1% 보유하고 있다. 일본 다이소산업이 지분 34%를 가지고 있지만 경영엔 참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동아오츠카의 경우 우리나라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일본 오츠카제약이 지분을 50%씩 나눠갖고 있는데, 무작정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리는 게 타당한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다.

지분 구조상 일본 롯데홀딩스가 그룹의 정점에 있는 롯데의 경우를 보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롯데는 일본에선 오너가 한국인이라며 한국제품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려놓고, 한국에선 사실상 일본법인이 지배하고 있다며 일본제품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려놓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앞서 국가를 위해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가 중국 정부에 호되게 당한 롯데 입장에선 속이 터질 일이다.

글로벌 시대 한국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 국적을 따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뭘 보느냐에 따라 또 누가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다시 쿠팡을 보자. 쿠팡은 한국계 미국인(김범석)이 창업해 미국에 지주회사를 두고, 한국에서만 영업하는 기업이다. 최대주주는 한국계 일본인(손정의)이 아랍계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만든 펀드다. 판단이 쉽지 않다.

여기에 더해 일본산 재료나 부품을 쓰는 국내 제조사들까지 포함할 경우 공격할 대상이 불필요하게 많아지게 된다. 요즘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국적의 자본을 유치하고, 또 그보다 더 다양한 국적의 재료와 소재를 가져다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방위적 불매운동의 투지는 높이 살 만하지만 과연 이 방식이 상대방에 효과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쿠팡을 탈퇴하고, 다이소에 가지 않고, 롯데 제품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일본이 위협을 느낄 리 만무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략을 조금 더 치밀하게 짤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치명적인 급소를 공략하면서도 우리의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선을 좁히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일본의 흔적만 보이면 모든 걸 보이콧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계속 되물어야 한다. 과연 한국 기업이란 무엇인가. 일본 기업은 또 어디까지인가. 과연 기업의 국적은 어떻게 봐야할까. 무엇보다 일본이라는 '적'에 진짜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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