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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우리 시대 갔다' 대형마트의 고백

  • 2019.10.08(화) 15:49

"대형마트 이젠 약자…규제 재검토 필요" 목소리 커져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태를 묻는 질문에 대형마트는 17.5%에 그쳤고 온라인쇼핑을 꼽은 응답자가 4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생존 늪에 빠진 대형마트...대규모점포 규제 재검토 필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대규모 점포(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는데요. 이 중에서도 특히 규제를 완화해야 할 이유로 들었던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대형마트는 가장 위협적인 유통업체가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대한상의가 완화해야 할 규제로 꼽은 것은 지난 2010년에 도입된 대형마트·SSM 등의 전통시장 인근 신규 출점을 막는 '등록제한' 법입니다. 또 2012년에 시작된 의무휴업일 지정 및 특정 시간 영업금지가 담긴 '영업제한' 규제입니다.

대한상의는 "과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전통시장 상인들이 생존권을 걱정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규제"라며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시점에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형마트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만큼 유통업계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던 대형마트가 이제는 '우리보다 온라인 업체들이 더 위협적'이라고 말해야 하는 시대가 왔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대한상의는 기업들의 이익집단입니다. 그러니 이번에 대한상의가 내놓은 주장은 사실상 대형마트 업체들의 목소리와 같다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할 텐데 이런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실제 대형마트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은 수년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대형마트가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실제로 꾸준히 연간 수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왔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얼마 전 대형마트 업계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이마트가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한 겁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적자가 확대되거나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제 더 이상 '대형마트 업체들이 앓는 소리를 한다'라고 치부할 수 없게 된 셈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나타났는데요. 통상 국정감사에서는 누구든 '질타'를 받기 마련인데요. 이날 공정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유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대변하는 질의가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진=이마트 제공.

공정위는 대형마트가 할인행사를 할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기존보다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취지는 좋지만 이같이 높은 비용 부담을 한 번에 적용하는 것은 과하다"면서 "급격하게 대형 유통업체의 비용 부담을 높이면 소비자들은 싸게 살 기회를 잃고 납품업체들은 재고처리 기회를 잃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대형마트 업체들은 이번 국감에서 지역 상권 침해 문제나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문제로 많은 질타를 받을 겁니다. 매년 그래왔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옹호 목소리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스타필드나 롯데몰 같은 복합쇼핑몰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오랜 기간 국회에서 계류되기도 했는데요. 이 역시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을 규제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 때문이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커머스 등 온라인 업체들이 오프라인 업체들을 '죽이고 있다'라는 표현까지 나옵니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대형마트 업체들이 '수렁에 빠져 있다'라며 정부가 관련 규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데에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이명근 기자 qwe123@

그는 신용평가사들이 대형마트 3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내렸고, 또 롯데쇼핑과 이마트, 신세계의 시가총액이 편의점 업계인 BGF리테일이나 GS리테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점 등을 들며 대형마트 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개선될 여지에 대해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업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외면이 실적 저하의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대형마트 업체들은 이대로 '몰락'하게 될까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만약 대형마트 업체들이 '변신'에 성공한다면 다시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에게 매장을 찾아야 할 이유를 제시하기만 하면 다시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옴니채널' 전략입니다. 옴니채널이란 쉽게 말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매장이라는 의미인데요. 예를 들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게 하고, 그 자리에서 모바일 등을 통해 구매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쇼핑 방식을 제시하는 겁니다.

실제 대형마트 업체들은 이런 식으로 쇼핑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벼랑 끝에 몰린 대형마트 업체들이 앞으로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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