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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벌써 5년…해태, 허니버터칩의 추억

  • 2019.10.16(수) 14:05

허니버터칩 이후 히트상품 없어…실적도 내리막
내수 비중 지나치게 높아 국내 소비침체 영향 커

사진=해태제과 홈페이지.

지난 2014년 말 국내 식품업계의 관심은 한 제품에 쏠렸습니다. 출시와 동시에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더니 급기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품귀 현상이 벌어진 제품이 등장한 겁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이 제품을 세 배가 넘는 가격에 팔겠다는 글이 여러 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SNS에는 인기 연예인들이 허니버터칩을 구매했다는 인증샷을 줄줄이 올리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어딜 가든 이 제품을 먹어봤느냐에 대한 얘기가 대화 주제가 되기까지 했습니다. 바로 해태제과가 내놨던 허니버터칩 이야기입니다.

어느덧 5년 전 일인데요. 그런데 아직까지 식품업계에선 '제2의 허니버터칩은 언제쯤 나올까'라는 게 여전히 화두입니다. 그때 그 허니버터칩만큼의 파급력을 가진 제품이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허니버터칩과 같은 '대박상품'이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수년간 국내 식품업계는 전반적인 침체의 흐름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타격을 받은 면도 있겠고요. 일각에선 국내 식품업체들이 신제품 개발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물론 업체들은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고, '대박'은 아니더라도 나름 인기를 끄는 제품이 있다며 항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얼마 전 한국기업평가(한기평)가 낸 리포트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기평은 이름 그대로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곳인데요. '음식료업 상반기 등급(전망) 하향, 업계 전반의 하향 기조를 알리는 신호탄인가?'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해태제과 등 최근 어렵다고 하는 식품업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한기평의 리포트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기평은 이 보고서를 낸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해태제과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CJ제일제당과 하이트진로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는데, 이를 시작으로 향후 음식료업 전반의 신용등급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입니다.

한기평은 이런 답을 내놨습니다. "업계 전반의 신용등급은 안정적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며, 업체별 등급 방향성은 개별적 이슈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결국 음식료업 전반의 침체라기보다는 개별 업체의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은 겁니다. 해당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지적일 것 같습니다.

한기평이 언급한 업체 중에서도 가장 염려(?)되는 곳은 아무래도 신용등급 자체가 내려간 해태제과인데요. 실제로 해태제과에 대한 한기평의 평가는 박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한기평은 해태제과의 향후 전망에 대해 "실적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위 사업 전반의 경쟁력 하락 기조를 감안하면 수익성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간 내 유의미한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습니다.

한기평은 특히 해태제과의 '현황'을 분석하면서 5년 전 그 허니버터칩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허니버터칩'의 성공은 큰 폭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지만 2016년 하반기 이후 신제품 판매가 감소하면서 건과 사업 수익성이 하락했다. 또한 빙과 및 냉동만두 사업도 판매 부진이 심화하면서 전반적인 이익 창출력이 저하됐다"라는 게 한기평의 평가입니다.

허니버터칩은 실제로 당시 해태제과에 큰 힘이 됐습니다. 해태제과는 지난 2016년에 유가증권에 상장했는데요. 상장을 앞두고 한 증권사는 리포트에서 이런 평가를 했습니다. '허니버터칩 출시로 감자칩 시장 판도 변화를 선도했고, 허니 시리즈 확장에 따라 전사적으로 수익성이 확대됐다. 허니버터칩 효과에 따른 전사적인 실적 호조가 나타났다.'

그러나 '반짝'했던 허니버터칩의 열기는 점차 사그라들었고요. 이후 해태제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꼭 허니버터칩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해태제과는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등 빙과 부문의 경우 2012년부터, 냉동식품 부문은 2016년부터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고요. 스낵 등 건과 사업의 이익 창출력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해태제과는 16일 아이스크림 사업을 자회사로 분할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빙과 부문에서 지속해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행보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제품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결국 이 사업부를 떼어내 부담을 덜고, 향후 매각까지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해태제과가 지난 5월 내놓은 여름한정판 허니버터칩. (사진=해태제과 제공)

실적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지난 2015년 468억원까지 올랐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30억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주가 역시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2만원 대를 오르락내리락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700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해태제과는 이런 어려움은 식품업계 전반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합니다. 국내 소비심리 침체에 따른 영향이지, 해태제과가 특별히 잘못한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롯데제과나 오리온 등 경쟁사들은 이를 고려해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점차 해외로 발을 넓히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 신규 매출이 점차 늘면서 괜찮은 실적을 내놓기 시작했고요.

반면 해태제과는 내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실제로 해태제과의 국내 내수 비중은 95% 이상입니다.

그런데도 해태제과의 해외 실적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해태제과의 해외 수출액은 지난 2016년 402억원에서 2017년 368억원, 지난해 322억원 등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기평 역시 이에 대해 "해태제과는 해외 진출보다는 국내에서 신제품 출시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면서 "사드 이슈 등 해외사업 환경 변화의 타격은 크지 않았지만 국내 제과시장 수요 성장 둔화의 부정적 영향에는 보다 크게 노출돼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5년 전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을 통해 국내 식품업계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까지 받았습니다.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자 경쟁사인 롯데제과와 오리온을 비롯한 다른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허니' 제품을 내놓으면서 실적을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해태제과가 이제 식품업계 내에서도 유난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당장의 실적 악화도 문제지만 미래 전략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입니다. 총체적 난국인 셈입니다.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의 추억'에서 벗어나 앞으로 어떤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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