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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완스, CJ제일제당에 '독'일까 '약'일까

  • 2019.10.16(수) 16:57

쉬완스 인수 후 차입금 급증…재무 악화 우려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재무구조 개선에 총력

CJ그룹의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룹의 근간인 CJ제일제당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CJ제일제당이 미국 쉬완스 인수 이후 재무부담이 늘어난 것에 대한 우려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CJ제일제당이 쉬완스 인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의 생각은 다르다. 아직 쉬완스 인수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쉬완스를 인수한 것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 CJ제일제당을 향한 우려

업계와 시장 등이 CJ제일제당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실적 때문이다. 상반기 기준 CJ제일제당의 매출은 전년대비 19.7% 증가한 10조 533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다. CJ제일제당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0.3% 감소한 3543억원에 그쳤다. 판매는 늘었지만 그만큼 이윤은 많이 남기지 못한 셈이다.

CJ제일제당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경기 침체 지속에 따른 소비 둔화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경쟁 심화로 식품업체들의 판촉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이 많다. 이를 지켜내기 위해 판촉비 증가는 불가피하다. 여기에 매년 투자를 단행해 재무부담이 커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단위 : 억원.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차입금이다. 상반기 기준 CJ제일제당의 순차입금은 9조 3472억원이다. 작년 말 7조 2679억원에서 불과 반기만에 2조원 이상 늘었다. 쉬완스 인수 때문이다. 지난 1분기에는 한때 순차입금 규모가 10조원이 넘어서면서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들어오기도 했다. 매출은 오르지만 수익은 나지 않고 차입금은 쌓여있는 구조다.

시장에서도 이미 경고 시그널을 보낸 상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CJ제일제당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을 낮출 수도 있다는 신호다. 업계와 시장에서도 이 부분을 눈여겨보고 있다.

◇ 쉬완스에 발목?

CJ제일제당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한 데에는 쉬완스 인수가 결정적이다. CJ제일제당은 작년 말 미국의 냉동식품 전문업체 쉬완스를 인수했다. 인수 대금으로 약 2조원을 투입했다. CJ그룹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M&A(인수·합병)였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일각에서는 다소 무리한 거래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밀어붙였고 결국 쉬완스 인수에 성공했다.

CJ제일제당의 쉬완스 인수 효과는 지난 2분기부터 조금씩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쉬완스는 지난 2분기 60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CJ제일제당이 2분기에 거둔 국내외 가공식품 매출액의 39.6%에 해당한다. CJ그룹이 그리고 있는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이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CJ제일제당이 쉬완스를 인수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쉬완스가 보유한 브랜드들.

하지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쉬완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67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2.7%에 불과했다. 쉬완스 인수에 투입된 자금을 고려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실적이다. 더불어 CJ제일제당이 쉬완스 인수 이후 차입금 증가 등으로 재무구조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쉬완스의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CJ제일제당 안팎의 평가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현재의 재무구조 악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쉬완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쉬완스가 빠른 시간 내에 실적을 올려줘야 CJ제일제당의 이자 부담을 덜고 전반적인 재무구조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수한 만큼 그만한 효과를 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 길게 본 투자

CJ제일제당에서도 업계와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쉬완스를 인수한 것은 미국 시장, 나아가 북미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다. 당초 미국 동부와 서부에만 갖고 있었던 냉동식품 유통망을 중부까지 확장해 미국시장 전역에 CJ제일제당의 냉동식품을 넣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쉬완스 인수에 공을 들였다.

다만 쉬완스 인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CJ제일제당의 생각이다. 현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유통망에 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을 CJ제일제당이 잘 버텨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가 탄탄해야 한다. 비록 무산됐지만 최근 CJ제일제당이 사료사업부 매각을 추진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현재 CJ제일제당은 비수익 사업과 유휴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 가양동 부지 매각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구상의 일부다. 최근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는 현재를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쉬완스 효과를 볼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체력과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품산업은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투자가 시기적으로 좀 늦은 감이 있었다"며 "쉬완스 인수와 진천공장에 대한 지속적 투자 등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전반적으로 길게 보고 큰 그림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 등에서 우려하는 재무구조 개선에도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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