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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연내 상장 기대감…'일본계' 꼬리표 뗄까

  • 2020.01.17(금) 09:00

호텔·재무 전문가 전면배치로 연내 상장 의지
실적도 개선세…인천공항 면세점 확장은 숙제

호텔롯데가 올해 다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호텔과 재무 전문가를 그룹의 경영 전면에 배치한 데다 호텔롯데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어서다. 면세사업 정상화를 비롯한 몇 가지 숙제가 있지만 사실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결단만 남겨둔 상황이란 전언이다.

호텔롯데가 상장에 성공하면 '일본계'란 고질적인 꼬리표도 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 일본 계열이 전체 지분의 97%를 가지고 있어 '일본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롯데그룹이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계열사들이 보유한 구주 지분율을 줄인 뒤 호텔롯데와 롯데지주를 합병하는 방식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종 시나리오로 꼽힌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호텔·재무 전문경영진 전면배치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한다. 롯데지주 지분 11.04%를 보유한 3대 주주면서, 롯데물산(31.13%)과 롯데알미늄(38.23%) 롯데건설(43.07%) 롯데렌탈(25.67%) 등을 지배하고 있다.

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해 지난 5년간 때를 기다려왔다. 지난 2015년 상장을 추진했지만 경영권 분쟁과 검찰 조사 등을 이유로 상장을 연기한 바 있어서다.

롯데가 연내 호텔롯데를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최근 단행한 인사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호텔 전문가인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부회장)을 롯데지주의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러면서 황각규 부회장과 투톱 체계를 갖췄다.

송 부회장은 롯데그룹에 입사한 후 40여 년을 호텔롯데에 근무한 호텔전문가다. 지난 2015년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당시 상장이 무산된 뒤에도 꾸준히 호텔롯데의 상장 필요성을 기회가 될 때마다 피력해왔다.

송 부회장이 이동으로 공석이 된 호텔&서비스BU장(사장)에는 그룹 내 재무통으로 통하는 이봉철 전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을 앉혔다.

이 사장은 지난 2012년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2014년부터는 그룹 재무혁신실장을 역임했다. 이 자리에서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팀장도 맡은 바 있다.

결국 올해 이 사장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이끌고, 송 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이를 지원하는 그림이 그려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 실적 개선에 유커 귀환 소식까지

최근 호텔롯데의 실적이 개선 추세에 있다는 점도 상장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실적이 좋아지면 기업가치가 오르고 그러면 상장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서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5조 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 늘었다. 영업이익은 2037억원으로 47%나 급증했다. 사업부별 매출 비중은 면세사업부가 82.9%, 호텔사업부 11.7%, 월드사업부 4.3%, 리조트사업부 1% 등이다.

최근엔 사드 사태의 여파로 떠났던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이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실적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호텔롯데의 주 수익원인 면세사업이 유커의 소비 패턴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드 여파 이전인 2015년 호텔롯데의 면세부문 영업이익은 3800억원을 웃돌았다. 최근 실적 회복세와 유커의 귀환이 맞물리면서 다시 이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 인천공항 면세점 확장으로 날개달까

물론 숙제도 있다. 바로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 정상화다. 호텔롯데 입장에선 처음 상장을 추진하던 2015년 수준의 수익성 회복이 관건이다. 당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EV/EBITDA)는 15조원 수준, 공모 규모는 최대 5조원 이상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비교해 가치가 많이 쪼그라든 상태다. 면세사업 축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호텔롯데는 지난 2017년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을 겪었다. 그 여파로 인천공항 면세점 3개 구역에서 철수했다. 임대료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은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에 추격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이에 호텔롯데는 오는 8월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 8개 구역에서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입찰 공고는 설 연휴 전 발표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015년 당시와 비교해 경영권이 안정됐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인천공항 면세점 확장에 성공할 경우 당시보다 준수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확장에 실패하더라도 상장을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 "호텔롯데의 상장 여부는 신동빈 회장의 결단만 남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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