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은 포기했어요. 대신 여행 갈 돈으로 80인치 TV를 놓기로 했습니다.
오는 6월 결혼을 앞둔 한 후배와의 대화입니다. 이 친구는 3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6월로 날을 옮겼습니다. 신혼여행은 가지 않기로 했지만 대신 TV화면을 크게 키우기로 피앙세와 합의했다고 합니다.
실제 최근 가전시장에선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존에 없던 수요가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은 대형화입니다.
기자도 최근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거실에 놓인 TV에 눈길이 가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잘 이용하던 TV인데도 최근에는 왠지 작다는 느낌이 듭니다.
'거거익선'(巨巨益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클수록 좋다는 뜻이 담긴 신조어입니다. 특히 TV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거거익선'은 가전의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TV 판매분 중 65인치 대형 TV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59%나 됐다고 하네요.
롯데하이마트에서도 올해 초부터 지난 4월27일까지 65인치 이상 대형 TV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고 합니다. 전체 TV 매출에서 75%를 차지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올랐습니다.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 가격비교’가 공개한 크기별 TV 판매 추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월22일까지 75인치 이상 TV 판매 비중은 18%나 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2%였는데 최근 수치가 크게 오른 것입니다. 추이를 보면 올해 20% 돌파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반면 크기가 비교적 작은 TV는 판매 비중이 줄고 있습니다. 45인치 이하 TV는 는 2017년 53%에서 최근에는 35%까지 줄었다고 하네요.
아예 빔브로젝터를 이용해 홈시어터 환경을 꾸미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120인치 이상 대형사이즈 프로젝터 스크린 판매 비중은 지난 2017년 16%에서 최근에는 26%로 늘었습니다. 133인치의 초대형 사이즈도 1%에서 4%로 증가했네요.
TV 외 다른 가전제품에서도 대형화 추세가 뚜렷합니다. 세탁기와 건조기,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등 생활가전용품의 대형·대용량 제품의 판매가 늘고 있습니다.
LG전자 디오스 식기세척기 가운데 대용량인 12인용 모델의 판매 비중은 최근까지 90%를 웃돌고 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포인트나 높다고 합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용량인 24kg급 세탁기를 동시에 선보인 것도 이런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그동안 꼭 필수가전은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생활가전 제품에 대한 구매도 늘고 있습니다. 식기세척기나 스타일러 같은 의류관리기 등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 가전전문 유통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전제품을 새로 장만하거나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제품 상담을 해보니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대신 가전에 투자한다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