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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우회전략' 이번에도 통할까

  • 2020.06.01(월) 10:10

상온 안주 간편식 시장 진출…'제일안주' 론칭
대상, 냉동 안주 장악…대상 피해 상온 공략

국내 식품업계 최강자인 CJ제일제당이 각 제품군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 제품에 기술력을 더해 격차를 벌린다. 여기에 마케팅력을 총동원해 2위와 거리를 더욱 멀리 가져간다. '만두'가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 냉동만두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의 지위는 확고하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전략은 '우회전략'이다. 이 전략은 CJ제일제당이 열세인 제품군에 활용한다. 기존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경쟁업체 제품을 직접 공략하지 않는다. 대신 틈새를 노린다. '죽'이 그 사례다. CJ제일제당은 동원이 장악하고 있던 상온죽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동원이 집중하고 있던 용기죽이 아닌 파우치죽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파우치죽을 앞세워 동원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상온죽 시장의 성공에서 자신감을 얻어서일까. CJ제일제당은 최근 안주 간편식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 안주 간편식 시장은 대상이 장악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후발주자다. 대상을 따라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면승부를 선택하지 않았다. 대상은 냉동 안주 간편식 중심의 제품군을 갖췄다. CJ제일제당이 여기에 맞불을 놓기는 부담스럽다. 대상의 점유율이 높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상온 안주 간편식'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제일안주'라는 브랜드로 상온 안주 간편식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CJ제일제당이 상온 안주 간편식에 '비비고'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새 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향후 이 시장에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이 신규 브랜드를 내놓을 정도로 이 시장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인 셈이다.

자료 : 업계, 단위 : 억원.

국내 안주 간편식 시장은 그동안 냉동식품 위주였다. 대상이 '안주夜'라는 브랜드로 시장을 장악해왔다. 대상은 지난 2016년 냉동 안주 간편식인 '안주夜'를 선보였다. 2016년 대상의 안주夜 매출은 48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엔 402억원으로 10배가량 성장했다. 이에 대상은 이달 초 상온 안주 간편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시장에 CJ제일제당이 뛰어들면서 대상과 CJ제일제당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냉동 안주 간편식 시장은 이미 대상, 동원, 오뚜기 등이 진출해있다. 이중 대상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기준 47.9%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CJ제일제당의 입장에서는 대상이 장악하고 있는 냉동 안주 간편식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정면승부를 펼치기에는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을 확대하려면 '우회전략'이 적합하다는 것이 CJ제일제당의 판단이다.

반면 상온 안주 간편식 시장은 무주공산이다. CJ제일제당이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냉동 안주 간편식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약 840억원 정도다. 하지만 상온 안주 간편식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CJ제일제당이 공략하기 훨씬 수월하다. 게다가 CJ제일제당은 이미 가정 간편식(HMR)으로 국내 식품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력을 갖췄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CJ제일제당은 이미 상온죽 시장에서도 같은 전략으로 업계 1위인 동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 1분기 CJ제일제당의 상온죽 시장 점유율은 36.6%로 1위인 동원과 불과 5%포인트 차이다. CJ제일제당이 상온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이 2018년임을 감안하면 무서운 속도다. 이때도 축적된 HMR 기술을 활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

자료 : 업계, 단위 :%.

상온죽 시장 공략 때도 CJ제일제당은 '우회전략'을 썼다. 용기죽이 대세였던 상온죽 시장에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던 파우치죽을 선보이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했다. 동원은 CJ제일제당의 공격에 결국 파우치죽을 내놓으면서 반격에 나서 간신히 시장을 수성할 수 있었다. 그만큼 국내 식품시장에서 CJ제일제당의 파괴력은 무섭다. 이때 경험을 상온 안주 간편식 시장에 그대로 이식하려는 모양새다.

안주 간편식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점쳐진다. HMR은 이미 국내 식품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1, 2인 가구 증가로 간편하면서도 고품질의 식사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늘고 있다. 한국인의 음주문화에서 안주는 빠질 수 없다. 이미 HMR로 기술력을 갖춘 CJ제일제당이 노릴만한 요소를 갖췄다.

업계에서도 CJ제일제당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냉동 안주 간편식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상도 마찬가지다. 대상은 "CJ제일제당의 상온 안주 간편식 진출로 해당 시장의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CJ제일제당의 출사표가 달갑지 않은 눈치다. 앞으로 상온 안주 간편식 시장을 두고 혈전을 벌여야 하는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안주 간편식은 시중에서 재료를 구해 집에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하게 늘어왔으며, 최근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성장하고 있다"면서 "독보적인 상온 간편식 기술 기반으로 HMR 시장 패러다임을 바꿔왔듯 상온 안주 간편식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끌어올리고 시장도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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