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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의 OTT 인수, 외도일까…'쿠팡 속내는'

  • 2020.07.20(월) 13:53

싱가포르 OTT업체 '훅' 소프트웨어 부문 인수
인수 이유에 촉각…라이브 커머스 강화 포석

쿠팡의 뜬금포가 화제다. 쿠팡은 최근 동남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OTT)업체인 '훅(HOOQ)'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본업과 큰 연관성이 없는 OTT 업체를 인수한 이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쿠팡은 함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쿠팡이 OTT 업체를 인수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쿠팡이 인수한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훅'이 아니다. '훅의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이다. 쿠팡이 이유 없이 훅의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을 인수했을 리는 만무하다.

우선 '훅'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훅'은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하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다. 넷플릭스나 국내의 웨이브 등과 같다.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이 2015년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 워너브라더스와 합작해 설립했다.

'훅'은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서비스 대상 지역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 등 5개국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업체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넷플릭스 등은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탓에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결국 '훅'은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4월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훅'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 인수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우선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마존은 이미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는 서비스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는 넷플릭스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멤버십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자료 : 방송통신위원회, 단위 : 억원.

아마존은 이를 통해 유료 멤버십 회원 수를 늘린 것은 물론, OTT 시장에서도 성장하고 있다. 이커머스와 OTT라는 이종(異種)산업 간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선례가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쿠팡이 아마존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쿠팡도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로켓 와우'라는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더욱 확장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쿠팡은 여전히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720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보다 영업손실 규모를 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쿠팡의 가장 큰 경쟁력인 '배송'도 이제는 여타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쿠팡만의 경쟁력이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쿠팡으로서는 수익을 창출할 새로운 모델이 필요한 상황이다.

쿠팡이 아마존의 OTT 서비스 성공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OTT 서비스는 아마존뿐만 아니라 중국의 텐센트 등도 뛰어들었다. 텐센트는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텐센트비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의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플릭스(IFLIX)를 인수해 OTT 부문 강화에 나섰다. 내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쿠팡으로서도 고려해 볼 만한 카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쿠팡이 '훅'의 전체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직접 OTT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일단 재무적인 여력이 되지 않는다. 훅이 이미 서비스를 종료해 싸게 인수했겠지만,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만 인수한 것을 보면 해당 부문에 속한 개발자 등 기술적인 측면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쿠팡이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에 집중하기 위해 '훅'의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과 쇼핑이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이미 국내의 많은 유통업체가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하고 있다.

쿠팡은 그동안 온라인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롯데 등을 비롯한 유통 대기업들도 잇따라 온라인 시장 강화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으로서는 온라인 시장을 사수해야 한다. 따라서 쿠팡의 이번 '훅'의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 인수는 콘텐츠 강화를 통해 본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준비라는 의견이다.

더불어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쿠팡이 추진하고 있는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처럼 실적이 부진한 기업에 대해 보수적인 나스닥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훅'이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고 있었던 만큼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거점 마련은 물론, '아시아의 아마존'이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훅' 소프트웨어 부문 인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은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며 "OTT 사업 진출을 통한 본업과의 시너지 모색이나 라이브 커머스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능력 제고 등 어느 것이든 선택이 가능해졌다. 해외 업체 인수로 글로벌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가져갈 수 있어 다양한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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