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라면과 만두, 김치 등 가공식품이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증하면서 'K푸드'의 꿈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전망은 엇갈린다. 국내 식품 업체들이 그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이제 나오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크다. 반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환경이 만들어낸 성과이니만큼 'K푸드'가 대세가 되리라는 기대는 다소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 라면, 기생충-코로나19 등으로 '반사이익'
올해 해외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인 식품은 라면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5억 4972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가량 늘었다. 이런 추세면 올해 연간 수출액은 6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라면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올해 초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 '기생충'이 세계 영화제를 휩쓸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도 덩달아 인기를 끈 덕분이다. 농심에 따르면 짜파구리가 주목받았던 지난 2월 해외 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월간 최대 실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19가 확산돼 농심을 비롯한 한국 라면 제품들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비축 식량으로 각광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농심의 올해 해외 총 매출은 전년보다 24%가량 증가한 9억 9000만 달러정도로 예상된다. 오뚜기 역시 올해 라면 수출액이 전년보다 20~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대표적인 K푸드 제품으로 꼽히는 불닭볶음면 역시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해외 매출액은 49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2% 증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지속적인 수요와 영업망 강화 전략에 힘입어 매출이 고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 만두·김치도 호황…'내년에는 역기저' 전망도
만두와 김치 등 다른 가공식품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특히 만두의 경우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한 브랜드만으로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식품 단일 품목으로 연 매출 1조 원 돌파는 비비고 만두가 처음이다. 총매출액 중 해외 매출이 6700억 원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 판매량(4200억 원)이 국내 매출(3600억 원)을 넘어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치 역시 올해 내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김치 수출액은 1억 3152만 달러를 기록했다. 12월 실적을 제외해도 역대 최고치였던 2012년(1억 661만 달러)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19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종가집'의 대상과 '비비고'의 CJ제일제당이 그동안 해외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인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하리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그간 국내 여러 식품 기업들이 해외 판로 확장에 공을 들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 라면 수출액 추이를 보면 지난 2016년 2억 9000만 달러에서 매년 지속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을 통해 인기를 얻은 불닭볶음면 등 여러 제품이 관심을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전망이 나쁘지만은 않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코로나19로 가공식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증가한 영향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제품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식료품 매출이 늘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K푸드가 대세가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전반적으로 가공식품과 라면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면서 "주요 식품 업체들의 해외 사업 확장은 지속하겠지만, 역기저 효과 등으로 사업 성과는 올해보다는 약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