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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70층 첨단 물류센터…꼬여버린 '하림의 꿈'

  • 2021.02.09(화) 16:40

양재 옛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로 서울시와 갈등
제조·유통 아우르는 종합식품사 도전 '갈림길' 

최첨단 유통물류 시설은 물론 R&D 시설과 컨벤션, 공연장, 숙박 시설까지…

하림산업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한국화물터미널 부지에 조성하려던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단지 개발 기준을 놓고 서울시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닭고기 전문 기업에서 제조와 물류, 유통을 아우르는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려 했던 하림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하림 VS 서울시…용적률 두고 이견

하림산업은 지난 3일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를 비판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업 인허가 주체인 서울시가 하림의 개발 계획에 재차 반대 견해를 내놓은 데 따른 반박이다. 

양측은 하림이 지으려는 도시첨단물류단지의 용적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물류단지는 하림이 지난 2016년 사들인 9만 4949㎡(약 2만 8800평) 크기의 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용지를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한 바 있다. 

하림 홈페이지 캡처.

하림 측은 당시 정부와 국회가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을 위해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물류시설법)'을 개정한 만큼 이에 따라 단지를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이 부지는 상업 지역으로 지정돼 용적률이 최대 800%까지 허용될 수 있다. 

반면 서울시는 시의 도시계획에 따라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가 20여 년 전부터 해당 지역 밀도를 고려해 용적률을 400%까지로 관리해온 만큼 그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특히 하림의 계획대로 물류 단지가 조성될 경우 주변 교통 체증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하림은 서울시가 정한 기준에 따를 경우 수익성이 떨어져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림 측은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별도의 법령을 적용받는 이 사업에 대해 도시계획의 기준과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지속해 반대하고 있다"며 "이는 관련 법령과 국가 계획, 정부 지침 등을 모두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벌써 5년째…깊어지는 갈등의 골

서울시와 하림의 갈등은 지난 2016년 하림이 부지를 사들인 뒤부터 지금까지 지속해왔다. 그간 서울시는 이 단지를 물류 단지가 아닌 연구·개발(R&D) 단지로 개발하기를 원했다. 이를 놓고 갈등을 지속해오다가 지난해 하반기 연면적의 40%를 R&D 센터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는 게 하림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다시 서울시의 반대에 부닥치면서 양측의 입장은 계속 평행선을 긋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하림산업은 지난 4년여 동안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비용, 각종 세금, 개발용역비 등 이미 약 1500억의 손실을 입었다"면서 "서울시 도시계획국의 주장에 따른 R&D 공간 40%를 반영하면서 법적으로 제공되는 인센티브 효과도 사실상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서초구까지 나서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서초구는 지난 4일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서초구는 "과도한 재량권 남용"이라며 "입안권을 가지고 있는 구청장에게 주어진 권한을 무력화한 것에 대하여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하림이 사들인 부지는 특히 과거 복합유통업무단지 조성을 목표로 했던 '파이시티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곳이라는 점에서 서울시가 더욱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이 프로젝트가 인허가 비리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향후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관련 기사 ☞ 하림, '사연 많은' 양재동 부지…개발로 '숙원' 푼다

더욱이 현재 서울시장이 공석인 만큼 서울시가 과감하게 결단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많다. 오는 4월 재·보궐 선거가 끝난 뒤에야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종합식품기업 발돋움 계획 '차질'

양측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도심 한복판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겠다던 하림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림은 해당 부지에 339m 높이의 최고 70층 건물을 짓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지하에는 최첨단 유통물류 시설을 조성하고, 지상에는 업무시설, R&D(연구·개발) 시설, 컨벤션, 공연장, 백화점, 호텔, 주택 등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을 짓겠다는 목표였다. 이를 서울의 랜드마크 형 물류 시설로 키우겠다는 계획이었다.

또 물류단지의 쓰레기가 없는 시설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포장 없는 물류·유통 시스템을 통해 쓰레기를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단지 내 시설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는 지하에 설치된 재활용처리 설비에 모아 70% 이상을 재활용한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 시도되는 모델이다. 이에 따라 향후 도시 내 쓰레기 처리방식 개선도 기여하리라는 게 하림의 포부였다. 

하림이 이번 물류센터 조성을 통해 제조와 물류, 유통을 아우르는 종합식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도 당장 실현하기 어려워졌다. 하림은 이미 전라북도 익산에 5200억 원을 들여 '하림푸트 콤플렉스'라는 제조·물류 복합시설을 지었다. 지난해 말 설비를 완공하면서 조만간 라면과 가정간편식 등을 개발해 생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서울 도심에 첨단물류단지를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목표였다.

하림 관계자는 "이중삼중의 규제가 덧붙여지면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며 "첨단물류단지는 미래 세대를 위해 서울시가 반드시 갖춰야 할 공공성 인프라로, 공동체 발전을 위해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라는 인식으로 최선을 다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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