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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설사 부르는 유당불내증, 요구르트는 왜 괜찮을까

  • 2021.05.16(일) 13:00

[食스토리]요구르트‧치즈‧버터 등에도 소량 유당 포함
유당불내증 두렵다면 락토프리‧락토스프리 제품 섭취

[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보면 어느 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텔러가 돼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어렸을 때는 흰 우유가 싫었습니다. 딸기우유, 초코우유, 요구르트(yogurt, 요거트)는 먹어도 괜찮은데 이상하게 흰 우유만 마시면 배가 살살 아프고 설사를 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키가 크고 싶어서 억지로 먹었습니다. 1~2주 동안 매일 같이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다보니 어느 날부턴가 흰 우유를 먹어도 괜찮아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흰 우유를 마시고 나타났던 증상이 ‘유당불내증’ 이었습니다.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은 유당(젖당, lactose)을 분해,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유당불내증인 경우 흰 우유처럼 유당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복통이나 설사,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납니다. 한국인의 약 75%가 유당불내증이라고 하는데요. 유당불내증 이어도 흰 우유를 발효해서 만든 요구르트는 먹어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유당불내증은 흰 우유에서만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죠.

사실 발효된 유제품에도 적은 양이지만 유당이 함유돼 있습니다. 발효과정에서 유산균이 유당을 젖산으로 바꾸면서 유당의 양이 줄어들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흰 우유 1컵 분량인 250ml에 들어있는 유당은 약 15g(그램)입니다. 

요구르트, 휘핑크림, 치즈 등 유제품에도 소량이지만 유당이 함유돼 있다. /사진=각사 홈페이지

다른 유제품에는 유당이 얼마나 들어있는 지 한 번 알아봤습니다. 요구르트 200g에는 약 9g, 크림 우유 아이스크림 50g에는 약 3g, 휘핑크림 20g에는 약 0.1g, 치즈 40g에는 약 0.04g에 달하는 유당이 함유돼 있습니다. 요구르트도 많이 먹으면 복통과 설사를 하는 이유가 바로 소량이지만 유당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대표 요구르트 제품인 불가리스나 메치니코프 등에는 유당불내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당분해효소가 첨가돼 있기도 합니다.

유당불내증은 사람마다 정도에 차이가 큽니다. 우유를 자주 먹으면 후천적으로 유당 분해 능력이 생기기도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유당 분해 능력이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요구르트나 치즈, 버터도 섭취할 수 없는 극단적인 유당불내증을 앓는 사람들도 일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소량의 유당만 섭취해도 과민 반응이 나타납니다. 

우유자조금 관리위원회는 유당불내증 걱정 없이 우유를 마실 수 있는 방법으로 ▲소량의 우유를 자주 마실 것 ▲찬 우유 보다 따뜻하게 데워서 마실 것 ▲빵이나 시리얼 등 다른 식품과 함께 섭취 ▲치즈 및 요구르트 등 유제품으로 섭취 ▲유당을 완전히 분해한 우유나 유제품 섭취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들은 경미한 유당불내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지만 유당불내증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극단적인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는 성인이나 영유아는 유당 함유 제품 섭취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유당 섭취 후 지속적인 구토 및 설사를 반복하게 되면 영양실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유당불내증을 갖고 있는 아기들이 설사를 반복하다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만약 극단적인 유당불내증이거나 유제품은 먹고 싶은데 유당불내증 증상을 피하고 싶다면 아예 유당이 없는 제품을 섭취하면 됩니다. 유당이 전혀 함유돼 있지 않은 제품은 ‘락토프리’ 또는 ‘락토스프리’로 표기돼 있습니다. 영유아를 위한 락토프리 분유도 있죠.

또한 저지방이나 무지방 유제품이 ‘유당불내증’에 괜찮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유당은 당분과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지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무지방, 저지방 우유를 마셔도 유당불내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흰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는 콩이 주원료인 ‘두유’가 있습니다. 유당불내증으로 라떼를 마시기가 꺼려진다면 우유를 두유로 변경하면 됩니다.

우유 등 유제품에는 칼슘과 각종 무기질이 함유돼 있어 건강식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인 기준 하루 평균 700mg의 칼슘을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유 1잔에는 200~250mg에 달하는 칼슘이 들어있습니다. 하루에 우유 1~2잔을 마시면 칼슘 섭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폭풍설사의 공포에서 벗어나 흰 우유와 유제품을 마음껏 먹으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겠네요.

*[食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픈 콘텐츠입니다. 평소 음식과 식품, 약에 대해 궁금하셨던 내용들을 알려주시면 그 중 기사로 채택된 분께는 작은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기사 아래 댓글이나 해당 기자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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