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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백화점]④'심심한' 대전에 '신세계'가 열렸다

  • 2021.08.31(화) 14:00

[르포]신세계 아트&사이언스 오픈
중부 지역 최대 규모…즐길 거리 풍성
인프라는 고민…"중부권 랜드마크 목표"

신세계 아트&사이언스 전경.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백화점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수년간 유통 산업의 무게중심은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백화점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커머스는 물론 홈쇼핑과 대형마트 등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성장세를 기록한 곳은 백화점이 유일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른바 '보복 소비'가 늘어난 덕분이다. 때마침 백화점 업체들은 잇따라 '신규 점포'를 열었다. 지역 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런 백화점의 상승세가 지속할지 짚어본다. [편집자]

신세계가 또 다른 '지역 1번점' 만들기에 착수했다. '심심한 도시'로 통하는 대전에 '신세계 아트&사이언스(대전신세계)'를 오픈하면서다. 대전신세계는 중부권 최대 규모 매장에 신세계만의 고급스러움을 담았다. 과학도시의 상징성을 살린 다채로운 콘텐츠도 채웠다. 이를 무기 삼아 갤러리아타임월드가 지배하고 있는 대전 백화점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대전신세계의 목표는 중부권의 '랜드마크'다. 대전·세종은 물론 자동차로 1시간 내 이동 가능한 전주·청주 등 인근 상권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문제는 도시 인프라다. 신세계가 마련한 '즐길 거리'는 충분하다. 하지만 먼 곳에서 찾아오는 고객들을 록인(Lock-in) 시키기 위한 대전의 자체 인프라가 부족하다. 신세계가 대전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역 1번점 전략을 펼쳐나갈지 주목된다.

프리미엄 백화점의 '정석'

지난 26일 프리오픈을 진행 중인 대전신세계를 찾았다. 방역 절차를 거쳐 내부에 진입하자 천정까지 뻥 뚫린 중앙 정원과 거대 미디어월이 나타났다. '더현대서울',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같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한 고객은 "뉴스에서 보던 서울 백화점 같다"며 웃었다. 이날 프리오픈임에도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었다. 점심 시간이 되자 매장 곳곳의 식당과 카페가 고객으로 가득했다.

대전신세계는 전통적인 백화점의 문법을 따랐다. △1층 명품·뷰티 △2층 해외패션 △3층 남성·여성패션 △4층 스포츠·아동 등의 매장 배치는 기존의 백화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테리어에서는 신세계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드러났다. 하지만 MZ세대를 겨냥한 매장을 1층에 집중시키는 백화점의 최신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었다.

대전신세계 저층부는 고전적인 백화점의 공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특별했던 공간은 지하 1층이었다. 대전신세계 지하 1층에는 F&B(식음료)와 리빙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통상 리빙 매장은 백화점 고층에 자리잡는다. 식품과 리빙 상품 사이의 구매 연계도가 높다는 자체 데이터를 활용한 매장 배치라는 설명이다. 또 식품 매장 인근에는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1755평 규모의 아쿠아리움이 위치했다. 식사를 마친 가족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동선 배치로 보였다.

아쿠아리움 앞에서 만난 소비자 김정현(43·여)씨는 "아이가 아쿠아리움이나 동물원 등에 관심이 많아 식사 후 둘러보기 위해 왔지만 아직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아 아쉽다"며 "디지털 미디어와 아쿠아리움의 조화가 잘 이뤄진 곳이라고 들었다. 나중에 왔을 때 다시 한 번 둘러볼 것"이라고 밝혔다.

'반전'은 고층에서부터

'신세계'는 높은 층에 있었다. 5층에 올라가자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한 '베로나 스트리트'가 펼쳐졌다. 이 곳에는 샤넬·디올 뷰티 매장과 MZ세대가 선호하는 영캐주얼 브랜드가 집중 배치됐다. 충청권 최초의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 삼성전자 모바일 스토어 등 젊은 남성을 위한 매장도 위치했다. 또 지역과 연계한 식당가 '한밭대식당'은 야외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좌석을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6층과 7층은 대전신세계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곳에는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와 갤러리, 대전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아트 테라스, 중부권 최대 규모 메가박스 등이 자리했다. 특히 고객 관심이 집중된 곳은 카이스트와 협업해 만든 과학관 '넥스페리움'이었다. 1993년 대전엑스포가 개최됐던 부지 상징성을 살린 공간이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어린이 과학 실험을 체험할 수 있다. 자녀를 둔 MZ세대 부모 고객을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대전신세계의 매장 윗층은 체험형 콘텐츠가 가득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아이와 함께 넥스페리움 콘텐츠를 즐기던 한 고객은 "아이가 과학에 관심이 많아 직접 로봇을 조작해보고, 과학 원리를 설명해주는 콘텐츠를 재미있게 즐겼다"면서 "과학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대전의 특성과도 어울리는 공간인 것 같다. 학부모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 고객을 겨냥한 콘텐츠는 넥스페리움 외에도 다양했다. 대전신세계의 문화센터 규모는 평범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한 클래스를 진행하는 '신세계 아카데미 키즈'를 별도 분리해 차별화했다. 아이들이 영어 동화책과 수업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키즈 카페 '프로맘킨더'도 오픈했다. 프로맘킨더에는 아이의 수업과 관리를 맡는 외국인 강사·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아이를 맡기고도 여유있게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지역 1번점 달성 위한 과제는

신세계백화점은 대전신세계를 중부권 랜드마크로 키울 계획이다. 일단 준비는 완벽했다. 고급스러움과 체험 요소를 끌어올린 점포는 하루 종일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백화점과 연결된 '오노마 호텔'은 인근 지역 최고 수준 호텔이다. 수영장·전망대 등 시설도 다양해 타지 소비자들이 호캉스를 즐기기 적합해 보였다. 둔산신도시·도룡동 등 대전의 고소득 지역이 기반인 만큼 고객의 구매력도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역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 대전신세계 반경 2㎞ 이내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설은 국립중앙과학관·한밭수목원·대전예술의전당 정도에 불과하다. 타지에서 찾아온 고객이 백화점을 벗어난 후 즐길 만한 요소가 적다는 이야기다. 대전신세계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구 250만명 안팎인 대전·세종·청주권 외의 소비자를 흡수해야 한다. 대전과의 협력을 통한 자체 콘텐츠 개발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오노마 호텔은 광역 상권을 노리는 신세계의 '키 포인트'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다른 관전 포인트는 '명품'이다. 대전신세계는 셀린느·톰포드 등을 대전 최초로 입점시켰다. 다만 지역 1번점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루샤)와 롤렉스 등 주요 명품이 필요하다. 실제로 신세계의 지역 1번점 전략이 성공한 부산·대구에서는 이들 브랜드가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대전은 부산·대구에 비해 광역권 인구가 적다. 지역 1위인 갤러리아타임월드도 루이비통과 롤렉스만을 보유하고 있다. 브랜드 유치에 난항을 겪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신세계는 주요 명품 브랜드 확장에 신중한 모습이다. 이들 브랜드가 2~3년간의 운영 성과를 기반으로 입점을 결정하는 만큼 일단 대전신세계의 지역 안착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대전신세계는 이를 위해 지역민 우선 채용, 로컬 브랜드 유치 등의 지역 친화 전략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김낙현 대전신세계 점장은 "일자리 창출, 장학금 지원, 지역 소상공인·생산물 판로 확대 등에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대전과 대전신세계의 가치를 함께 높이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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