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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오다]다시 '오프라인'이 움직인다

  • 2022.04.28(목) 06:50

'엔데믹' 임박에 오프라인 매장 '활기'
경기전망지수도 오프라인이 온라인 추월
오프라인 업계 '반등 채비'…숙제도 산적

거리두기 해제 첫 주말인 24일 오후. 여의도 더현대 서울이 북적이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한강공원에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 거리두기 해제 첫 주말이었던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은 완연한 봄 날씨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형형색색 돗자리와 텐트가 잔디밭마다 빼곡하게 들어섰다. 모처럼 등장한 푸드트럭은 사람들로 흥이 났다. 건너편 '더현대 서울'에서도 봄맞이 쇼핑에 나선 연인, 친구, 가족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카페마다 만석이었다. 지하 1층 푸드 코트는 외식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코로나19로 잔뜩 움츠러 있던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적모임·영업시간 제한 등 조치가 757일 만에 해제되면서다. 그간 '집콕'에 지친 소비자들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매장으로 몰려갔다. 오랜 기간 온라인 쇼핑에 눌려 왔던 오프라인 유통 업계는 이 여세를 몰아 올해 대대적인 '반격'을 펼칠 채비에 나서고 있다.

반격은 시작됐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기 회복 기대감은 온라인 쇼핑을 앞질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소매유통업계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백화점은 전기 대비 9포인트 상승한 112를 기록했다. 대형마트(88→97), 슈퍼마켓(82→99), 편의점(85→96) 등도 지수가 크게 반등했다. 반면 온라인쇼핑은 기존 107에서 96으로 낮아지면서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백화점은 점포 리뉴얼을 통한 집객과 신규 출점 효과가 지수를 끌어올렸고, 대형마트와 슈퍼마켓도 식품군 강화, 체류공간 확대 등 요인이 기대감을 키웠다"며 "반면 온라인쇼핑은 그동안 비대면 소비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 갔지만 일상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오프라인 채널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BSI가 기준치(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직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코로나19 발생 직후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하게 커진 데다, 홈쇼핑 등에게도 영역을 빼앗겨서다. 비대면 소비가 트렌드가 되면서 국내 유통산업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이 처음으로 오프라인을 추월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 부문의 매출은 7조200억원으로 전체 51.4%를 차지했다. 반면 오프라인은 6조6400억원에 그쳤다. 

오프라인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터져 나오는 '보복 소비' 열풍이 불었다. 실제로 백화점에선 명품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대형마트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신선식품 위주로 매장을 리뉴얼했다. 여기에 와인·리빙 등 특화 매장을 배치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공간의 힘' 극대화

업계는 엔데믹 시대가 다가온 만큼 올해를 확실한 반등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만지고, 느끼는' 오프라인 공간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백화점은 점포 리뉴얼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도 집객과 체험행사 등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백화점 업계는 올해 총 1조원을 매장 리뉴얼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8대 점포 리브랜딩' 전략을 수립하고 명동 본점·강남·잠실·인천점 등을 리뉴얼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최근 경기점의 명품관을 확장했다. 면세점이 빠진 강남점도 새롭게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2023년까지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 등 6개 매장을 '더현대 서울'과 같은 복합문화공간 공간으로 바꾼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주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 차지 비중이 계속해서 높아졌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는 체험형 매장과 로컬 맛집, 차별화된 식음료 매장 유치에 힘쓰고 있다. 명품이 아니더라도 소비자가 매장을 찾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해서다. 이때문에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전시회 등 예술·문화 콘텐츠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도 변신 중이다. 홈플러스의 '메가푸드마켓'과 롯데마트의 '제타플렉스'가 대표적이다. 메가푸드마켓은 기존 매장보다 식품 비율을 대거 늘려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제타플렉스는 와인전문 매장 ‘보틀벙커’ 등 기존 마트에서는 볼 수 없던 공간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도 연내 10여 개 점포에 와인전문점 ‘와인앤리큐어’ 등을 입점 시킬 계획이다. 

집 나간 소비자 돌아올까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다. 특히 해외여행 재개가 백화점 업계의 명품 호황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명품 소비에 쓰였던 금액 상당수가 앞으로 해외여행이나 현지 아웃렛 등으로 옮겨 갈 수 있어서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 면제가 발표된 직후 최근 한 달간 항공권과 현지 투어 판매가 최대 9배 이상 증가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외출 인구는 늘어나겠지만 소비 패턴은 기존의 온라인 활용이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소비자들이 오랜 기간 온라인의 쇼핑의 강점인 '편의성'을 경험한 만큼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4.2% 증가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오프라인 유통가는 최근 봄 정기 세일의 덕에 활기를 띄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짝 흥행'에 그칠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육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이 엔데믹이라는 호재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얼마나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으로 충족되지 않았던 쇼핑 욕구가 엔데믹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며 "백화점은 명품뿐만 아니라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 브랜드를 다양하게 큐레이션 할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의 역시 체험 공간의 힘을 극대화해 온라인보다 이득이 될만한 파격적인 행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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