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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만들던 그들이 '헬스케어'로 눈 돌린 까닭

  • 2021.09.13(월) 14:16

이랜드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진출
기존 '고객 데이터' 활용…시너지 기대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디지털 헬스케어'가 패션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은 '데이터'다. 패션 업계는 그동안 쌓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패션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침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패션 업계가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패션 업체들이 잇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유전체 연구개발(R&D) 업체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와 바이오 헬스케어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건강 진단부터 생활 습관 개선을 위한 건강 관리까지 제공하는 통합 헬스케어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양사는 EDGC가 보유한 유전체 빅데이터와 이랜드가 확보한 데이터를 결합,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랜드는 지난 7월 헬스케어 업체 피에이치씨(PHC)와도 손을 잡았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지점과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해 포스트 코로나 사업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는 PHC의 헬스케어 앱 '모해'의 공동 서비스를 진행, 건강관리 솔루션과 각종 콘텐츠를 제공한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지난달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브랜드엑스피트니스'를 설립했다. 첫 사업으로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피티'를 선정했다. 위치 기반 서비스를 통해 가까운 전문 운동시설과 강사진 등을 연결해주는 O2O 중개 서비스다. '건강'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나 다이어트 식품 브랜드 '쓰리케어' 등 기존 브랜드와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현재 국내 패션 업계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패션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기업 간 경쟁도 심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패션 업계는 식품, 화장품 등의 분야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해왔다. 식품이나 화장품 사업의 경우 기존 패션 사업과 주 고객층이 비슷한 만큼 상대적으로 고객 확보가 수월했다.

반면,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우 기존 패션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럼에도 패션 업계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주목하는 것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객별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패션업계는 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패션 사업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초기에는 젝시믹스가 국민피티의 고객유치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젝시믹스가 확보한 2만5000명 이상의 강사 회원과 1만곳 이상의 기업회원의 데이터를 국민피티 콘텐츠 공급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다시 패션 사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나이키는 지난 2006년 모바일 앱 '나이키 플러스' 출시 이후 '나이키 런클럽',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등의 앱을 운영하며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나이키는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을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늘렸다. 이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나아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성장하면 기존 패션 사업을 살릴 수도 있다. 요가복 전문 업체 '룰루레몬'이 대표적이다. 룰루레몬은 지난 2019년 온라인 피트니스 업체 '미러'를 인수,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이뤄냈다. 룰루레몬은 미러의 온라인 요가 강사에게 룰루레몬 요가복을 입게 해 홍보 효과를 누리고 미러의 장비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해 시너지를 냈다. 업계에선 미러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룰루레몬이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동력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17.4%씩 성장해 2027년에는 4268억 달러(약 499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통 업계부터 IT 업계 등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만큼 패션 업계만의 차별화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패션 기업에 있어서 사업 다각화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라면서 "이전에는 화장품 등의 분야로 진출하는 패션 업체가 많았지만 점점 다양한 분야와의 시너지를 노리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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