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이 치킨 가격을 올렸습니다. 22일 부터 교촌의 인기 제품 중 하나인 '허니콤보'는 배달료를 제외하고도 2만원입니다. '교촌오리지날'이나 '허니오리지날' 등은 기존 1만5000원에서 1000원씩 인상했습니다. '발사믹치킨' 등 최근에 내놓은 신제품을 제외하고 품목별로 500~2000원 정도씩 올렸습니다. 교촌이 치킨 가격을 올린 건 지난 2014년 이후 7년 만입니다.
교촌은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기업입니다. 지난해 교촌에프앤비는 연결기준 매출액 4476억원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전년보다 18% 증가한 수치입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4% 증가한 410억 원을 기록했고요.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입니다.
이처럼 많은 소비자가 즐겨 먹는 치킨 업체가 가격을 올렸으니 당연히 비판 여론이 있었습니다. 1위 업체가 가격 인상의 '깃발'을 들은 만큼 다른 브랜드들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하소연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여겨지는 치킨 가격이 오르니 '치킨 너마저…'라는 반응도 나왔고요.
그런데 업계에서는 예상(?)보다는 논란이 덜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수년 전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사실 치킨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은 굉장히 거센 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2017년 벌어졌던 논란이었습니다.
당시에는 BBQ가 깃발을 들었는데요. BBQ가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히자 갑자기 공정거래위원회가 BBQ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BBQ는 부랴부랴 하루 만에 가격 인상을 철회했고요. 같은 날 교촌도 가격 인상 계획을 전격 철회했습니다. bhc의 경우 아예 일부 메뉴를 할인 판매하기까지 했습니다. 치킨 업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죠.
치킨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인식이 하나 있습니다. "치킨을 2만원 주고 사 먹어야겠느냐"는 인식입니다. 치킨의 가격 저항선이 2만원 정도였던 겁니다. 그래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때면 항상 '치킨 2만원 시대 온다'라는 부정적인 해석이 뒤따르곤 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5년 일부 업체들이 신제품 가격을 1만9000원대로 책정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2017년 가격 인상 논란 때 공정위까지 나선 것도 아마 이런 인식을 등에 업었기 때문일 겁니다. 치킨 업체들은 2만원의 벽을 좀체 뚫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치킨 가격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 자체가 올랐던 건 아니고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 배달앱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배달료'가 치킨값에 포함되기 시작한 겁니다. 배달료는 애초 1000~2000원가량이었는데요. 이로써 1만8000~1만 9000원 정도 제품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2만원을 내야 했습니다.
2만원에 대한 가격 저항이 얼마나 거셌던지 업체들은 '기본' 제품들에 대해서는 1만7000원의 가격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야 배달료를 내도 2만원이 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2018년 BBQ가 황금올리브 치킨 가격을 1만8000원으로 책정하면서 '2만원 치킨'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배달료는 4000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일부 업체들은 2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신제품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치킨값 2만원은 어느새 익숙해졌습니다. 2만원에 대한 저항감이 점차 희석되고 있던 거죠. 교촌의 가격 인상에도 과거에 비해 논란이 거세지 않은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또 교촌이 7년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할 거고요.
요즘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올랐다고 합니다. 분기 기준으로 2012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상승 폭입니다. 치킨뿐만 아니라 라면, 우유 등 서민 먹거리 대부분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마 BBQ와 bhc 역시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업체들은 인건비와 원자재비, 배달 대행 등 각종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가맹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점주분들도 '소상공인'이니 어느 정도 이해되는 일입니다. 다만 치킨값이 너무 빠르게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치킨은 여전히 우리에게 추억의 음식이자 서민 음식이기 때문입니다.